- 와룡산 줄기가 둘러싼 모습이
- 스님 밥그릇 닮아 마을명 붙어
- 주민 숲 조성·삼베 심기 통해
- 녹색 관광·체험마을 기틀 다져
- 계곡·저수지 활용 조각배 축제
- 물이 마르면 돌탑쌓기 체험 열어
- 코로나 맞아 실내 프로그램 전환
- 맷돌커피·삼색찐빵 만들기 각광
경남 사천시 사남면 우천마을은 ‘배부른 소가 냇가에서 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여기에다 와룡산 줄기의 야트막한 산들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발우(스님의 밥그릇)를 닮았다고 해서 바리안이라는 이름을 더 붙였다. 또 이 마을에서 생산된 삼베가 얼마나 곱고 부드러웠는지 발우 안에 담긴 베를 펴 보니 한 필이나 되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는 말도 있다. 우천바리안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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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천바리안마을 체험관에서 체험객이 삼색찐빵 만들기를 끝내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우천바리안마을 제공 |
이름처럼 예쁜 이 마을은 주민이 합심해서 농촌이 가진 다양한 유·무형의 자연문화자원을 활용해 농촌관광지로 가꾸어나가는 데 적극적이었다. 공동소득 사업을 추진하던 주민은 1사 1촌으로 선정돼 도농 교류를 시작했으며 삼베를 주제로 한 전통 테마 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1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면서 모범적인 농촌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바람에 힐링의 대명사로 인기를 끌던 전국의 농촌체험마을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마을주민이 공동체를 이뤄 꾸려가지만, 체험객이 없어 제구실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마을은 달랐다. 단체 체험객은 거의 없어졌지만, 가족이나 소규모 체험은 그래도 이어지고 있는 편이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어진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깨끗하고 오염이 없는 이 마을에서 마음 놓고 하루를 지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천바리안마을의 변신
이 마을은 1950년 마을 앞에 대규모 저수지가 생기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비옥했던 논밭이 수몰되자 100가구가 넘던 주민은 사남면 소재지나 사천읍 등지로 이주했고 35 가구만 마을에 남았다. 벼농사만 짓던 들판이 2005년 한국관광공사의 녹색관광마을 50선에 지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변화를 모르며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주민이 이제는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때 받은 지원금으로 공동 농기계 창고를 지어 마을 발전의 성과를 보이는 한편 저수지 상류에 숲을 조성하고 물놀이장을 만들어 새로운 마을 공동 소득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도 자원봉사를 통해 수익을 높였다. 이런 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면서 공동 수익도 쌓여갔다.
나중에는 벼농사를 짓지 않은 논밭에 소득작물인 대마(삼베)를 심었다가 삼베마을로 변하자 이번에는 삼베를 주제로 체험 마을을 만들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마을회관 2층에 만들어진 삼베체험관에서는 주민이 삼을 쪄서 껍질을 벗기고 실을 만들어 베를 짜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레와 베틀 등 베를 짜는 모든 기구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체험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베틀에서 베를 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틀에 앉아 신발 모양에 연결된 끈을 당겨 틀을 들어 올리고 그 사이로 실이 든 북을 좌우로 왕복하며 베를 짜는 모습에서 옛날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은 대마(삼)를 심지 않고 베를 짤 사람도 없어 삼베 체험은 사라졌다.
■천혜 자연 여건… 적극적 주민 참여
우천 계곡에서 내려오는 죽천천이 구룡저수지와 만나는 계곡 주변에 15년 전 주민이 숲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요즘은 피서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황량했던 계곡이 숲으로 탈바꿈하자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수려해 피서객이 몰리는 자연발생유원지로 변모했다. 요즘은 여기서 여름에 조각배 축제를 갖는다. 가족이나 연인이 소원을 담은 작은 조각배를 띄우는 행사로 한여름 밤을 설레게 한다.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는 물이 말라 계곡 바닥이 드러나면 돌탑 쌓기를 한다. 소원을 담은 작은 돌탑은 여름철 계곡물이 불어나면 없어지므로 가을부터 겨울방학에는 똑같은 행사를 반복해서 치를 수 있는데 이 행사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단됐다.
체험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실내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도농교류체험관이다. 체험관에서 날씨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허브향주머니·토피어리·맷돌 커피 ·쌀강정·삼색찐빵 만들기 등은 2, 3일 전 예약만 하면 방문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밀사리 체험, 블루베리 잼 만들기, 다슬기랑 우렁이 잡기, 고구마나 옥수수 구워 먹기, 감자 캐서 구워 먹기 등은 시기를 맞춰야 한다. 동구 밖 한 바퀴나 유채꽃길 걷기, 대봉홍시 고추장 만들기 등도 미리 알아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계절별로도 봄에는 오가피나 산나물 채취, 여름에는 물놀이·감자 수확, 가을에는 숲길 걷기·전래놀이 체험·겨울에는 김장이나 군고구마 먹기 등이 재미난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체험 마을
이처럼 다양한 맞춤형 체험 마을이 알려지자 지난해에는 2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체험비와 농·특산물 판매 수익액도 2억 원에 육박했다.
체험 마을 운영위원회는 체험행사를 도운 주민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이익이 생기면 공동부지를 확보하거나 체험장을 늘려 알찬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익의 순환구조를 튼튼하게 한 것이 성공의 비결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7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한 ‘2019년 도농교류의 날, 농촌 여름휴가 캠페인’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우천바리안마을 운영위원회 곽석도 위원장은 “요즘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든 주민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어 성공한 체험 마을이라는 칭찬을 많이 받는다”며 “쾌적한 마을환경을 가꾸고 편의시설 확충 등 체험 마을 기반을 다져 전국 최고의 휴양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