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상인, 불안감에 철거 요구
- 공단 측 일부만 땜질 처방 급급

부산 옛 해운대역사 인근에 설치된 수십 년 묵은 석재 담벼락이 일대 도로 보행자와 차량 안전을 위협한다. 최근 강한 태풍이 잇달아 부산을 휩쓴 뒤 성인 남성 한 명의 힘으로도 담장 전체가 흔들릴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 됐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에도 위험을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23일 부산 해운대구 한 주민이 최근 태풍 영향으로 균열이 더 심해진 옛 해운대역사 뒤편 담벼락을 가리키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23일 오전 해운대구 중동 옛 해운대역사 뒤편. 해운대 교회에서 농산물 직판장까지 약 200ｍ 구간에 높이 2ｍ 담벼락이 이어져 있었다. 이 담은 해운대역이 실제 기차역으로 기능하던 1970년대 중반 조성됐다. 당시 방음을 비롯해 기차 무임승차를 막는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옛 해운대역사를 기점으로 해리단길과 해운대해수욕장 상권을 남북으로 갈라놓는 장벽으로 남았다.

단순히 ‘불편한 흉물’로 인식됐지만, 최근 ‘마이삭’ ‘하이선’ 등 태풍 내습 때 이 담벼락이 일부 붕괴돼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사고를 계기로 위험성이 드러났다. 200ｍ 구간 전체에서 담벼락에 금이 가거나 접합부위 이가 빠진 모습이 포착됐다. 기자가 슬쩍 힘을 줘 밀자 손을 짚은 곳을 중심으로 좌우 약 2, 3ｍ 구간에서 담장이 앞뒤로 출렁이듯 흔들리는 위태로운 경우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담벼락을 따라 난 왕복 2차로에는 주거지 전용 주차장이 10여 곳 설치된 데다 차와 사람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어서 위험성을 더한다.

태풍에 파손된 담벼락을 인부들이 보수하고 있는 모습.

이 담장 맞은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마이삭 때 담장이 크게 출렁이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태풍 하이선 상륙이 예보돼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에 대책 마련을 부탁했지만, 마이삭에 파손된 일부 구간에 울타리를 두르는 땜질 처방을 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해리단길발전협의회 윤제영 회장은 “인근 주민과 상인의 뜻을 모아 이 담벼락을 철거하거나, 적어도 높이가 낮고 더 튼튼한 새로운 담장으로 교체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단 측은 주민에게 “담벼락을 없애면 쓰레기 투기, 경작으로 인한 토지 사유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만을 전달했으며, 최근 태풍에 파손된 부분에 한해 보수작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여러 차례 공문을 발송하며 해당 담벼락에 대한 안전조처를 요청한 해운대구도 공단 측 ‘묵묵부답’에 골머리를 앓는다. 구 관계자는 “벽돌로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이 담은 내부에 철근 구조가 결합해 있지 않아 내구성이 취약하다. 실제 붕괴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재산 구분상 공단 측이 조처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접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공문과 유선 통화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조치를 당부했지만, 회신 등 관련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