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치기 건의, 구청에서 무시
- 한전은 보상 검토하겠다 말만”
- 구, 취재 시작되자 대책 논의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강타한 지난 3일 새벽 강풍에 끊어진 고압 전선이 부산지역 주택을 덮치면서 폭음과 함께 불이 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2층 주택에 살던 3가구 8명의 입주자들은 가까스로 대피했지만 관계기관의 책임 회피 속 복구가 지연되면서 태풍 ‘하이선’이 상륙했을 때 일부는 친척 집을 전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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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주택에 태풍 ‘마이삭’으로 꺾인 나뭇가지가 고압 전선과 뒤엉켜 있다. 오른쪽 사진은 8일 집주인이 당시 화재로 인해 폭발한 안방의 배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전민철 기자 |
8일 해운대구 반여동 A(59) 씨의 주택 내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집 안 콘센트나 전선이 있었던 곳마다 그을음이 선명했고, 가구와 가전제품도 온통 불꽃을 뒤집어 쓴 듯 성한 것이 없었다. A 씨는 태풍으로 인한 강풍이 몰아치던 지난 3일 새벽 1시30분께 잠을 자다 폭발음을 듣고 일어났다. 머리맡 벽면에 있는 배전반에서 일어난 폭발에 놀라 거실로 나온 A 씨는 온 집 안의 콘센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A 씨는 실외 벽면에 있는 전체 가스 밸브를 잠가야 한다는 생각에 강풍을 뚫고 뛰쳐나갔는데, 밸브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는 “불길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밸브를 잠근 뒤, 집안 곳곳에 소화기를 뿌려 간신히 불길을 잡는데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며 “잠에서 깨지 못했거나 소방대원들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화재는 A 씨 집 위를 가로지르는 고압 전선이 끊기면서 이상 전압이 생긴 탓으로 추정된다. 끊어진 전선이 A 씨 집 외벽과 계단, 옥상을 휩쓸면서 남긴 그을음과 손상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문제는 화재로 인한 피해 복구 책임을 집주인인 A 씨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점이다. A 씨 부부는 일주일 가까이 직장에 출근하지 못한 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전기 공사와 불에 탄 가구·가전제품 등 피해액이 5000만 원에 달한다고 A 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천재지변 탓에 일어난 일이라 보상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만일 한전이 보상이 불가하다고 판단하면 A 씨는 민사소송을 청구해야만 한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지난해부터 해운대구에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해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치된 가로수가 고압선을 뒤덮을 만큼 자랐고, 나무가 15도가량 기울고 뿌리 부분이 드러나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구 관계자는 “사유지 수목이라 소유자에게 통지했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다만 홍순헌 구청장은 이날 국제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보상 문제를 원만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한전과 협의하겠다”고 해명했다.
A 씨는 “결국 문제의 나뭇가지가 태풍에 꺾이면서 전신주와 고압 전선에 영향을 줘 이번 사고가 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은 “해운대구가 사고 예방은커녕 복구 등 후속 조처마저 하지 않았다는 점은 대단한 문제다. 엘시티·마린시티 지역에만 신경을 쓰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고압 전선과 가로수의 부실한 관리로 주민의 거주지가 순식간에 망가진 데 따른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