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이어 몰아친 부산에서 해안가 초고층건물은 높이만큼 큰 재해 공포를 불러왔다. 해안가 일대가 ‘빌딩풍’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재난의 진원지로 떠오르자 난개발이 재난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이 같은 피해가 집중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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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하이선에 엉망 된 광안리해수욕장-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강타한 7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
“마이삭 때는 그냥 집에 있었지만, 이번 태풍 때는 아예 거처를 옮겨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해안가 고층건물에서 최고의 조망을 누리고 산다고 자부했는데, 태풍 두 번을 겪고 나서 그 자부심이 공포감으로 변했다.” 7일 하이선 내습 때 가족과 함께 ‘피난’했다는 엘시티 입주민 A 씨의 말이다. A 씨는 “두 차례 태풍이 지나는 동안 심상찮은 흔들림을 느꼈다고 말하는 주민이 꽤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밖으로 나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삭 당시 파손된 창문을 제대로 복구하지도 못한 채 하이선을 맞아야 했던 해운대·수영·남구 일대 일부 고층 아파트 주민은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강풍에 빗물이 하늘로 역류하고, 실내 물잔에 담긴 물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마린시티 입주민은 “건물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려 멀미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고 토로했다.
지난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 때도 빌딩풍은 수치로 입증됐다. 하이선 북상에 맞춰 7일 0시부터 12시간 동안 해운대 엘시티와 마린시티 일대에서 풍속을 잰 부산대 연구팀(행정안전부 빌딩풍 용역 수행) 측정 결과에 이 같은 정황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날 새벽 엘시티 일대에는 이미 국립해양과학연구원의 해상 측정값(초속 23m)보다 2배 이상 높은 풍속이 감지됐다. 오전 6시 이후로는 강풍이 지나치게 세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오전 8시 기준 마린시티에서 초속 50m 넘는 강풍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뤄, 측정이 불가능했던 시간 엘시티에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60m 안팎의 강풍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저층부 창문이 추가로 깨지는 등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엘시티 환경미화원이 강풍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다치고, 인근 신호등의 강철 기둥이 끊어지면서 횡단보도에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도 일어났다. 마이삭 때는 부근 상가의 피해도 컸다.
빌딩풍 용역단장인 부산대 권순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특히 부산 해안가에 밀집한 고층건물 영향으로 일대 비슷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빌딩풍은 외부에서 고층건물을 향해 유입되는 바람이 강할수록 그 바람의 2배, 3배까지도 더 강한 바람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상기후 영향으로 부산 해안가에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몰아칠 위험성은 점차 커진다. 고층건물 밀집촌 일대 관리 등 유사시 피해를 줄일 방안 강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 차례 태풍을 거치며 조망권을 차지하려는 해안가 중심 난개발이 빌딩풍이라는 재난을 만들었다는 비난도 빗발친다. 빌딩풍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피해 재발을 막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하태경(해운대갑)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는 “해안지역에 초고층 건물을 짓게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앞으로라도)해안가 초고층건물은 허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