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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101> 경남 거제시 일운면 ‘천주교 순례길’ 1구간

몽환적 순례길…푹신한 흙길·짙은 솔향·해금강 풍경에 절로 탄성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9-06 19:35:1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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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운면 예구마을 선착장 출발
- 3.4㎞ 코스 편도 80분 소요
- 복자 윤봉문의 발자취 가득

- 거제8경 중 손꼽히는 ‘공곶이’
- 돌계단 동백터널 원시림 방불
- 몽돌해변 내려오면 내도가 지척
- 돌고래전망대 이정표 꼭 확인
- 큰 길 아닌 작은 오솔길로 가야

국내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주교 순례길’이 있다. 거제시가 조성 중인 ‘거제 섬 & 섬길’ 중 한 코스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거제도로 건너와 움막을 짓고 생활하며 천주교를 전파하다 순교한 윤봉문(1852~1888)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다. 굳이 종교적 차원을 떠나 지역 관광명소인 공곶이와 서이말등대 등을 둘러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걸을 만한 길이다.

‘천주교 순례길’은 총 17.9㎞로, 6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6구간 모두를 걷기에는 7시간 이상이 걸려 힘들다. 이 중 1구간과 4구간은 기존 오솔길을 걸으면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나머지 구간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도보 순례는 1, 4구간 중 경치가 뛰어난 데다 푹신한 흙길에 솔향도 짙어 걷는 내내 즐거운 1구간을 권하고 있다.

1구간은 일운면 예구마을 선착장을 출발해 공곶이와 돌고래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3.4㎞ 코스로, 편도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천국의 계단으로 안내하는 공곶이

   
‘천주교 순례길’ 1구간의 관광명소 공곶이로 가는 길은 오솔길 양쪽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가려줘 원시림에 들어선 느낌이다. 공곶이를 상징하는 돌계단 동백나무 터널 숲.
예구마을 선착장에 차를 주차하면 도보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공곶이 가는 길, 오른쪽 길은 천주교 순례길이라 안내하고 있다.

거제 비경인 공곶이를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길은 공곶이 입구에서 만난다.

도입 길은 약간 오르막이다. 펜션과 카페를 지나 숨이 차기도 전에 길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다. 10여 분을 걸어 올랐을까,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안내판이 나온다. ‘거제 8경 중 마지막 비경인 공곶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곳부터 흙길이다. 오솔길 양쪽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가려줘 원시림에 들어선 느낌이다.

언덕배기에서 300여m 더 걸었을까, 두 갈래 길이 나온다. 공곶이로 가려면 이곳에서 돌계단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고, 돌고래전망대는 직진하면 된다. 돌계단으로 내려갔다. 돌계단은 동백터널로 숲을 이뤄 마치 천국의 계단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겨울에 방문하면 붉은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돌계단은 333계단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보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동백터널이 끝없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다 내려가자 공곶이 입구다. 애초 천주교 순례길을 선택했다면 이곳에서 만난다.

■천주교 신자가 평생을 가꾼 생명 숲

   
공곶이는 지형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궁둥이가 왜 공곶이로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곳은 한 노부부가 50년에 걸쳐 평생을 피땀 흘려 오직 호미와 삽, 곡괭이로만 일궈낸 자연 경작지다. 곳곳에 노부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생명의 숲 자체다. 3~4월엔 수선화와 설유화가 만개하고 겨울이면 동백으로 온통 꽃 천지다. 때문에 봄과 겨울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이 시기에는 수선화와 붉은 동백은 보지 못하지만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젖어 드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다. 공곶이 몽돌해변에서 바라보는 자연경관과 파도 소리는 그래서 마음을 더 평온하게 한다. 몽돌해변에서는 바다 건너 거제의 숨은 비경인 ‘내도’가 지척으로 다가온다.

이 공곶이는 역사적으로 1868년 병인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천주교 신자 윤사우 일가의 은신처였다. 그의 아들인 윤봉문 형제가 이곳에 숨어 살면서 복음을 전파했다.

이후 천주교 신자인 강명식 씨가 이곳과 인연이 돼 살다가 부인과 함께 아예 터를 잡고 밭을 일궈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곶이 곳곳을 둘러본 후 돌고래전망대로 향했다. 내려왔던 돌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약간 힘에 부치지만 끝없이 치솟아 있는 동백터널 숲은 내려올 때와는 다른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돌고래전망대서 바라본 풍광 압권

공곶이 갈림길에서 돌고래전망대까지는 1.1㎞ 거리로 40분이 더 걸린다. 길은 나무가 우거져 있어 대낮인데도 숲속이 깜깜할 정도다. 한여름 눈부심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길이 어두워 잘 안보일 정도다.

조금 더 걸어가니 돌고래전망대까지 0.6㎞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한 길이었지만 이곳부터 길 찾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곳에서 큰 길이 아닌 작은 오솔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첫 탐방객은 헷갈리기에 십상이다. 자세한 안내 이정표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제대로 접어들었다면 가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을 접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돌고래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은 압권이다. 이곳도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찾았던 장소다. 현재는 돌고래의 이동과 생태를 관측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는 이곳에서 멸치떼를 따라 이동하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돌고래 조형물 사이로 바다 건너 거제 절경인 ‘해금강’이 들어온다. 반대편 왼쪽 바다 끝을 바라보면 거제의 동남쪽 끝인 서이말등대다. 신자들은 병인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가려고 이곳에 왔지만 일본으로 건너가는 것을 포기하고 눌러앉았다.

숲길을 계속해 나아가면 도로인 벧엘수양관 삼거리가 나오지만, 대부분 탐방객은 돌고래전망대에서 첫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코스를 선호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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