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숙사서 쫓겨나 살 곳 잃어
- 재난지원금 등 열외 ‘차별’
- 주거·의료·언어권 침해 심각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었던 이주노동자의 삶이 코로나19로 더욱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염병 확산으로 이들 이방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주거권과 의료권, 언어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기준 4만8007명의 외국인이 부산에 거주한다. 이는 부산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이들은 공단이 밀집한 강서구(5143명), 사상구(4679명), 사하구(4647명)에 주로 산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은 143개국에 달하지만, 중국 국적자가 1만2703명으로 가장 많다. 베트남(1만1148명) 미국(2576명) 등이 뒤를 잇는다.
원래도 녹록지 않던 이주민의 삶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힘겹다. 올해 초부터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차별과 배제가 더 심해졌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일상에서 한국인으로부터 겪는 혐오 역시 극으로 치닫는다. 주거권 박탈이 대표적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자 경영난에 직면한 중소기업은 이주노동자를 가장 먼저 해고했다. 지난 5, 6월 이주민과함께·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이주노동자 등 333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직장이 휴업하거나 해고됐다’고 말한 이들은 69명(20.7%)에 달했다. 열악하지만,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생활해왔던 터라 실직은 살 곳을 잃는다는 말과 같다. 새 직장을 구해야 새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져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자가격리 문제도 제기된다. 숙소가 작업장 내, 또는 바깥의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여러 명이 취식하는 형태여서 이주노동자가 근로를 위해 국내 입국했을 때 마땅히 자가격리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업주를 대신해 센터가 설사 장소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아 그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풀었을 때도 이주노동자는 해당되지 않았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후폭풍이 이주민의 삶을 잠식하자 차별금지 등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주민과함께 등 36개 사회·인권단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 재난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민관협의체 설치 ▷의료·복지·주거공백 해소 방안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회에서 공전 중이고, 부산시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귀순 부산시인권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속 이주민 보호를 위해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시는 지역 사정에 맞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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