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사회복지 등 6개 분야 조사
- 산업경제·생활환경 순 악화 전망
- ‘온라인 수업’ 우려 38.4%로 급증
- 격차 종류·심각성·해법 인식 변화
- ‘일자리 창출’ 30.3% → 62.6%
- ‘소득·소비 균형’ 56.5%가 중요
- 구·군별 최우선 과제 처방 상이
- 수영·동래구 ‘의료시설’ 지목
- 서·동·영도구는 ‘일자리’ 꼽아
시민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코로나19는 그동안 숨겨졌던 우리 사회 ‘약한 고리’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바이러스마저 빈부와 지위를 차별 공격한다는 서글픈 현실을 각인시켰다.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온 격차가 ‘불평등’보다 ‘차별’에 가깝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부산시민은 이런 격차가 코로나19 사태로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나뿐 아니라 남이 건강해야 하는 것처럼, 부산지역 분야별 격차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사회가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격(格)’은 높이고 ‘차(差)’는 낮춰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가 드러낸 민낯
국제신문이 부산시의회 ‘격차 낮추는 모임’과 함께 지난 26, 27일 시행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986명)의 64.5%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산지역 분야별 격차(교육·사회복지·문화·교통·산업경제·생활환경 6개 분야 평균)가 지금보다 더 심각(‘매우 심각’ 포함)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32.0%였고, 완화(‘매우 완화’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은 3.5%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분야별 격차의 심각성 정도를 1~5점(‘매우 완화’ 1점, ‘완화’ 2점, ‘현재와 동일’ 3점, ‘심각’ 4점, ‘매우 심각’ 5점)의 점수로 나타내면 ‘산업경제’가 4.17점으로 전망이 가장 어두웠다. 부산시민은 이 외에 ‘생활환경’(4.03점) ‘교육’(3.89점) ‘사회복지’(3.79점) ‘문화’(3.74점) ‘교통’(3.44점) 분야 순으로 격차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격차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도 눈에 띈다. 부산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은 코로나19 이전 30.3%에서 이후 62.6%로 32.3%포인트나 올랐다. ‘소득·소비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25.5%에서 56.5%로 31.0%포인트나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시민의 경제적 여건이 급속히 악화했고, 앞으로도 대규모 실업과 소득 불균형이 우리 사회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응답자들은 내다봤다.
교육과 의료 격차에 대한 우려도 컸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평가한 비율이 ‘의료시설’은 16.5%에서 58.9%, ‘온라인 수업’은 4.8%에서 38.4%로 급증했다. 감염병이 일상화되면서 많은 시민이 의료·교육 분야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격차를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는 곳 따라 처방도 달라
부산시민이 코로나19 이후 격차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의료시설’을 꼽았지만, 여기서도 격차는 존재했다. 응답자들이 선택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제를 구·군별로 구분하면, 동·서부산 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대다수 동부산(해운대·수영·동래·부산진·남구) 주민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격차로 ‘의료시설’을 들었다. 중요도를 5점 만점으로 계산할 때, 수영구는 4.79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3.77점과 큰 차이다. 동래구도 이전 3.68점에서, 이후 4.59점으로 단계가 격상했다. 수영구와 동래구 주민이 코로나19 이전에는 각각 ‘지역산업 기반 구축’과 ‘일자리 창출’을 격차 해소 방안 1순위로 지목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 전체에서 코로나19 이전 의료시설 격차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1위로 집계된 곳은 없다.
반면 서부산과 원도심에서는 ‘소득·소비 균형’과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답이 나왔다. 서·동·영도구와 북·사하구는 일자리, 사상구와 중구는 소득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일자리 창출’ 중요도가 서구는 4.69점, 영도구는 4.63점이었다.
서부산에서 예외적으로 강서구 주민은 일자리(4.23점)나 소득(4.29점) 격차보다 의료시설(4.32점)과 보육(4.32점) 격차를 먼저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강서구 녹산동은 부산 전체 읍·면·동 중 일자리가 가장 많고(2018년 기준 사업체 종사자 수), 명지동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급속히 유입되는 곳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도시와공간연구소 여성준 박사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격차의 종류와 범위, 심각성 정도를 크게 바꿨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부산지역 격차 완화를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격차]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