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 환자도 의료공백 피해
- 지역 전공의 파업 참여율 84.3%
- 대학병원 대부분 수술 예약 연기
의사의 집단휴진(파업)으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환자가 숨지는 일이 부산에서 발생했다.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경남 울산 등 원거리로 이송되는 사례도 잇따라 의료공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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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국회 앞에서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국환자단체엽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의사의 집단휴진을 규탄하는 모습. 연합뉴스 |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11시23분 북구의 한 병원에서 약물에 중독된 A 씨가 위급하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부산에서 위 세척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의료진 부족 등으로 13개 병원에서 20여 차례나 거절당했다. 결국 3시간 동안 구급차에서 시간을 허비한 A 씨는 울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숨졌다. 당시 A 씨를 이송했던 소방 관계자는 “문의한 병원마다 장비, 의료진 부재 등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응급환자를 이송해왔는데 병원을 못 찾아 이렇게 헤맨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북구 자신의 집에서 배우자와 음주 중 다툼을 벌였다. 화가 난 A 씨는 자신의 차를 몰려고 했고, 이를 말리던 배우자가 넘어졌다. 이를 본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A 씨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했다. A 씨는 “잠시 집에 들러 차비 등을 챙기겠다”고 경찰에게 말했지만, 집에서 농약으로 추정되는 독극물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지난 7일부터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자 대형병원에 의료진이 부족해 응급환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는 수십 차례 응급환자 이송 문의가 이어지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경남이나 울산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지난 26일 새벽 3시에도 부산에서 수면제를 복용한 우울증 환자 B 씨를 관내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지만 14개 병원에서 거절당했다. 부산에서 병원을 찾지 못한 B 씨는 경남 창원에 이송됐다. 지난 25일 0시30분에도 구급대원은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당한 C 씨를 병원에 옮기려고 했지만 17개 병원에서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C 씨는 18번째 문의 끝에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 기준 총 2396개의 의료기관 중 300곳(12.5%)이 휴진했다. 특히 단체 행동에 참여한 전공의는 768명으로 전체 84.3%였고, 부산백병원 전임의 16명도 함께 참여 중이다.
전공의가 근무하는 대형병원들은 수술 예약을 연기하거나 응급실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병상을 축소 운영 중이다. 응급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기다리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지하철 노동자는 파업하더라도 배차 간격을 조절할 뿐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파업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협행위”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