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과 관련, 2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협 측과 면담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다만 양측은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과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속한 진료현장 정상화를 목표로 합의안을 마련하고자 즉시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의사협회 간부들과 면담하고 있다. 왼쪽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이날 면담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의협 측에서는 최대집 회장 등이 참석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면담은 1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면담 후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른 시일 안에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 내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 총리도, 박 장관도, 저도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예고한 집단행동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아직은 견해차가 좁혀진 게 없다”고 부연했다. 정 총리는 면담 모두발언에서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행하면 환자는 두려워하고 국민은 불안해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의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정부의 의료 정책을 둘러싼 쟁점을 두고 의협 측과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정부 정책의 철회를 촉구하면서 26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지난 21일부터, 전임의(전문의 자격을 얻은 뒤 병원에서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임상강사 펠로 등)는 24일부터 집단휴진을 시작해 26일로 예정된 의협의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차 총파업에는 의협의 주요 구성원인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전임의 봉직의(의료기관에 고용된 의사) 등 전 직역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이어지면서 의료공백은 커진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은 대부분의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수술 일정 절반을 연기해 환자의 항의가 빗발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수술은 교수 전공의 간호사가 한 조를 이뤄야 가능한데, 팀 구성 자체가 안돼 긴급한 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뤘다”며 “외래진료 역시 일부 과는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별진료소나 응급실 근무 전공의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른 대학병원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