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장미’의 북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부산지역 어린이집에는 학부모 문의가 빗발쳤다. 이날 하원 시간대인 오후 3, 4시께 부산 경남지역이 태풍의 최근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발표됐지만, 일선 어린이집이 ‘안전에 유의하라’고만 공지할 뿐 조기하원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킹맘인 A(40) 씨는 “하원 시간대에 부산이 태풍의 초근접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보도를 보고 언제 하원시키면 좋을지 어린이집에 문의하니 부산시에서 별다른 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 학부모가 결정하라고만 답변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보면 자연재해 등 재난으로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우면 원장 재량으로 보육시간을 단축하고, 맞벌이가정 등 보육이 필요한 수요를 확인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린이집을 총괄하는 부산시는 태풍 등 재해 우려 때 등하원 시간 조절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시 관계자는 “태풍 소식을 듣고 오전에 각 구·군과 어린이집연합회 등을 통해 지역 어린이집에 시설물 관리나 하원 시 대응 지침을 공지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하원 시간은 특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어린이집은 저마다 사정이 있는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 지고 재량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어린이집 원장 B 씨는 “시에 문의하니 알아서 조기하원 시간을 정하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하원시간 단축은 어린이집과 학부모 모두 예민한 사안이라 재량권 행사 지침은 무용지물”이라고 푸념했다. 학부모 C(39) 씨는 “연일 폭우에 태풍까지 겹쳐 불안한 재난 상황이므로, 하원시간 강제 등 구체적인 지침을 시가 내리는 게 맞다고 본다”며 “초량 지하차도 사고 때처럼 관계 당국이 너무 느슨하게 대처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부산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하교시간을 조정하고,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부분은 방학 중이지만 방학을 하지 않는 4곳(유치원 3곳, 초교 1곳)은 이날 모두 휴업했다. 방학 중이지 않은 중고교 93곳 중 84곳은 하교시간을 조정했고, 1곳은 휴업했으며, 나머지 8곳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