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이 7년째 욕설·가혹행위”
- 보다 못한 다른 입주민이 고발
- 국회, 경비노동자 보호법 발의
- 지자체 적극 대응 목소리 높아
부산 사상구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리소장 겸 경비원에게 가혹행위를 하자 이 장면을 목격한 다른 주민이 가해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근래 입주민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폭력에 시달린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자 국회가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A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같은 아파트 주민 B 씨 등 3명을 고발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고발 내용을 보면 평소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불만을 품었던 B 씨 등은 지난달 31일 관리소장 겸 경비원인 C 씨가 혼자 근무 중인 사무실에 들이닥쳐 폭력을 휘둘렀다. B 씨 등은 사무실 내 CCTV를 종이로 가린 뒤 웃통을 벗고 욕설을 하다가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목을 조르기도 하는 등 40분간 가혹행위를 했다.
C 씨는 이번뿐만 아니라 2013년 이 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수차례 B 씨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C 씨는 “입주민에게 고용된 을의 신분이라 외부에 알릴 엄두도 못 냈다. 여태 참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은 B 씨 등이 이번 일뿐만 아니라 다른 입주민을 허위로 고소 고발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입주민 D 씨는 “B 씨 등 세 사람 때문에 피해 본 입주민이 한두 명이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민 의견을 모아 이들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을 이번 주 중 경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양측을 불러 조사한 뒤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을 괴롭히는 건 A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회의원(서울 강북구갑)은 경비노동자 보호법 등 2건의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차원의 입법과 후속 조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민단체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경남 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지자체가 공동주택 개·보수 지원 과정에서 경비원 등 노동자를 괴롭힌 전력이 있는 아파트에 불이익을 주도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시의회 노기섭 의원(북구 2)은 “아파트 입주민에 의한 경비노동자 괴롭힘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의회 산하 노동권익위원회에서 해결책을 고민 중”이라며 “조속히 경비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