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567만 원…기업이 치른 노동자 1인 ‘목숨값’

산재는 기업범죄다

  • 권혁범 신심범 임동우 기자
  •  |   입력 : 2020-08-03 22:44:45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관련
- 부산 판결문 81건 분석 결과
- 사망자 발생 기소된 54곳 중
- 1곳 무죄·53곳 벌금형 그쳐
- 양형기준도 없어 ‘솜방망이’

지난 4월 21일 오전 부산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 건물 11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설비가 추락했다. 50대 노동자 A 씨는 같은 층에서 전선 배관 작업을 하다가 무너진 설비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동료 노동자 3명도 다쳤다. 시공사는 대기업 S건설사였다. A 씨는 이곳에서 타인을 위한 보금자리를 짓다가 정작 자신의 보금자리로는 영원히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6월 20일 오후 같은 대기업 S건설사가 시공하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현장. 지하 터널에서 폭발이 일어나 40대 노동자 B 씨가 숨졌다. 터널 내부의 물을 빼내려고 배수구를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 폭발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누구도 B 씨의 ‘퇴근’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재범률 97%, 부산에서만 일주일에 1명꼴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 바로 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 위반)다. 피해자는 대부분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름 모를 노동자는 오늘도 산업 현장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이고, 갇혀서 죽는다. “일하다 죽지 않게….” 그저 가족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노동자의 외침은 공중으로 흩어진다.

국제신문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산지역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81건의 판결문을 모두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망자가 발생한 57건에서 기소된 기업(법인)은 54곳이었다. 이 가운데 53곳은 벌금형(150만~2000만 원), 나머지 1곳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산재 사망 사고로 처벌받은 기업이 노동자 1명의 ‘목숨값(벌금)’으로 낸 돈은 평균 567만 원.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가장의 무게’ 치고는 한없이 가볍다.

여기에다 전체 81건의 판결에서 법정에 선 203명(법인, 자연인 합계) 중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단 1명도 없다. 81건 중 19건은 안전관리 담당자 등만 처벌받고 기업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원청 기업과 사업주를 무겁게 처벌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기업을 처벌하는 유일한 수단은 벌금형인데, 현행 양형 기준에는 벌금형 규정이 아예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권태성 부산고용노동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된다. 사망 사고를 개인 과실로 보고, 사업주가 안전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민 법 감정에 맞게 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임동우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4. 4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2. 2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