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집중호우 때마다 속출하는 부산지역 침수 피해가 지난 10여 년간 일부 구역에서 계속 반복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금정산 아래 주택가, 해안 매립지, 하천과 바다가 합류하는 지점 등이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 때는 동래·금정·연제구 일원 저지대를 중심으로 부산 시가지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형급 이상 태풍이 불면 시간당 20~30㎜ 비에도 해안가는 물바다로 변했다. 기상·토목 분야 전문가들은 게릴라성 폭우의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는 만큼 위기관리 매뉴얼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신문은 2009~2019년 11년간 부산에서 침수 사고(침수 깊이 0.3m 이상)가 일어난 구역을 전수 조사해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제공하는 ‘침수 흔적 정보’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지난 11년간 부산에서 침수 피해를 본 구역은 모두 145곳이었다. 이 구역들은 대부분 태풍이나 폭우가 들이닥칠 때마다 반복적인 피해를 봤다. 연제구 거제·연산동 일원은 2009년 7월 국지성 호우와 2017년 9월 폭우 때 하수가 넘치거나 빗물이 단시간에 저지대로 유입돼 최고 1m 깊이로 물에 잠겼다. 수영구 광안·민락·망미·수영·남천동 일원 역시 2009·2014·2016·2017년 잇따라 물난리를 겪었다.
동래구 온천·명륜·사직·안락동과 북구 화명·덕천·구포동 등 온천천과 낙동강 주변 저지대는 2014년 8월 기록적 폭우 때 광범위한 피해를 봤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내습 때를 비롯해 강한 바람과 함께 시간당 30㎜ 안팎의 비만 내려도 해운대·수영·서구 일원 바닷가 주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처럼 침수 피해 구역을 재해 유형에 따라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지만, 부산시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매번 화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시민 3명이 물에 잠겨 목숨을 잃은 사고가 대표적이다.
박수완 부산대 건설융합학부(토목공학 전공) 교수는 “온천천 일원 저지대처럼 침수가 넓게 이뤄지는 곳은 도시계획과 맞물려 정비하는 식으로 재난 대응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우수관 준설에 신경 쓰는 등 평소 관리 주체가 경각심만 가져도 인재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