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신도시 하천·바다 합류
- 온천천 낀 동래·금정·연제구
- 낙동강 하류지대 강서·북구
- 매립지 마린시티 등 지형 한계
- 시, 2016년말 우수관 규격 변경
- 시간당 강우량 78→96㎜ 확대
- 하수관거 침전물 관리로 대비를
부산이 보름새 2차례 물에 잠겼다. 지난 10일 동천이 범람해 동구 범일동 일원 2만3000㎡가량이 물바다가 됐고, 지난 23일엔 초량동 제1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 시민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갈수록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는 침수 사고를 막으려면 우선 정확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부산지역 침수 피해가 지난 10여 년간 일부 구역에서 반복됐다는 점에서 재해 유형별 원인과 대응책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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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기장군 장안읍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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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부산 연산동 한 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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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0월- 북구 화명생태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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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10월-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 |
■강·하천 주변 물난리 ‘방치’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작성한 2009~2019년 ‘침수 흔적 정보’엔 이 기간 부산에서 일어난 145차례 침수 피해(수심 0.3m 이상)가 기록돼 있다. 이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14년 8월 25일은 부산이 역대급 침수 피해를 본 날이다. 이날 기장군과 북구를 중심으로 11개 구·군의 85개 구역에 물난리가 났다.
기장군엔 시간당 최고 90㎜(오후 3시) 물폭탄이 쏟아졌다. 기장군 삼성리는 바다(임랑해수욕장)와 하천(좌광천)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 탓에 피해가 훨씬 컸다. 삼성리 주민은 바다와 하천이 넘치는 바람에 3시간 동안 0.2~1m 깊이 물속을 걸어야 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정관신도시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제신문이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그린 ‘부산 침수 지도’를 보면, 정관신도시 바로 앞까지 침수 피해 구역이 확대됐다.
같은 날 더 큰 피해는 도심 온천천을 낀 동래·금정·연제구에서 발생했다. 3개 구에서만 39개 구역이 최고 1m까지 물에 잠겼다. 당시 이곳의 시간당 강수량은 최고 53㎜(오후 4시)로, 다른 지역과 견줘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침수 지도를 잘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양쪽에 금정산(802m)과 윤산(317m)이 자리한 저지대다. 빗물이 아래로 쏠린 데다, 온천천까지 넘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정산 아래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숨지는 사고도 이때 일어났다. 이날 공식적인 침수 원인은 ‘온천천이 제방 한계 수위까지 물이 차올라 범람하면서 하수관 배수 불량 초래’ ‘빗물이 저지대로 유입’으로 기록됐다.
강서구와 북구 또한 낙동강 범람으로 홍역을 치른다. 같은 날 두 곳엔 오후 3시 시간당 76.5㎜ 비가 퍼부었다. 낙동강은 넘쳐 흘렀고, 강변 저지대 대저동 일원은 배수 기능이 무력화된 채 0.3~0.5m가량 침수됐다. 대저동 일부는 침수 수위가 0.9m까지 올랐다. 북구 화명신도시 주변도 최고 1.2m의 침수가 발생했다. 인근 산에서 쓸려내려온 빗물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하천 용량이 부족해진 탓이었다.
■바다가 무서운 매립지 주민
해안선을 따라 고급 주거지가 즐비한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와 중동 일원은 바닷물에 의한 침수 피해를 자주 겪었다. 이곳엔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면 파도가 벽을 넘어 유입되는데, 바닷물이 빗물과 함께 급속히 스며들면서 하수시설 배수 역량이 초과돼 침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집중호우가 내린 2009년 7월 16일 중동은 4시간 가까이 0.4m가량 침수됐다. ‘바닷물 역류’가 공식적인 원인이었다. 2016년 10월 5일엔 마린시티 일대 도로에 0.3~0.5m 깊이 물길이 생기기도 했다. 이날은 태풍 ‘차바’가 상륙했지만,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36.5㎜(오전 9시)로 비교적 적었다. 그런데도 태풍 영향으로 파도가 담을 넘었고, 짧은 시간 많은 해수가 유입돼 하수관 용량이 초과됐다.
마찬가지로 해안에 자리한 남구 용호동 주택가는 2011년 7월 27일 내린 비로 6시간가량 물에 잠기는 낭패를 겪었다. 당시 오전 9시 시간당 70.5㎜의 폭우가 쏟아졌다.
■침수가 ‘인재’ 안 되려면
부산시는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2016년 12월부터 기존보다 관경이 넓은 우수관을 설치한다. 우수관은 지선과 간선으로 구분된다. 바뀐 규격으로 설치되는 우수관은 시간당 96㎜(기존 78㎜)의 강우를 수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 관계자는 “배수 능력이 좋은 우수관이 점차 확대되면 침수 피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배수시설의 한계를 넘는 폭우가 짧은 시간 쏟아지는 게 1차 이유지만, 원인을 알고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게 침수 사고의 진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김원규 동의과학대 토목과 교수는 “앞으로도 침수 사고는 자주 발생할 거다. 침수 여부는 하루 총 강우량보단 단시간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느냐에 달렸는데, 돌발적이고 국지적인 강우가 그 강도와 빈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며 “따라서 무조건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관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미리 하수관의 침전물을 제거하고 위험지역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위기 관리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