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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98> 합천황강은빛모래길

황강변 따라 펼쳐진 은빛모래… 소중한 이와 거닐며 ‘추억 한 장’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20-07-19 19:36:1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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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양레포츠공원~갈마산징검다리
- 맨발로 드넓은 모래사장 걷다가
- 수심얕은 강물 건너면 운치 절로

- 산기슭 위치한 천년고찰 연호사
- 고산 황기로 선생이 쓴 비석 등
- 합천이 간직한 역사의 길도 마주

경남 합천군을 가로지르는 황강변을 따라 걷는 ‘합천황강은빛모래길’은 바캉스철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둘레길이다.

합천군이 조성한 둘레길인 ‘합천 활로’는 8개 코스 모두 인근 관광지나 명소를 연계한 것이 특색이다. 해인사와 ‘해인사소리길’, 합천박물관과 ‘다라국황금이야기길’ 등이 그렇듯 ‘합천황강은빛모래길’은 황강변에 조성된 ‘정양레포츠공원’과 연계된 둘레길이다.

경남의 대표 내륙 피서지로 손꼽히는 정양레포츠공원은 매년 바캉스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제를 취소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바캉스축제는 열지 않지만, 공원은 정상 운영돼 피서를 겸한 둘레길 탐방은 가능하다.
   
황강은빛백사장길 가운데 정양레포츠공원 구간에서 주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합천군 제공
■은빛모래와 푸른 물

합천황강은빛모래길의 출발점은 합천읍 소재지에서 진주 방면으로 난 다리(제2남정교)를 지나면 왼쪽에 보이는 드넓은 모래사장에 들어선 정양레포츠공원이다. 주차장은 물론 샤워실과 식수대, 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가족동반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둘레길을 즐길 수 있다.

코스는 정양레포츠공원, 갈마산 징검다리, 함벽루 등 3개 테마로 이어진 3㎞ 정도의 구간을 왕복하는 총 6㎞로, 느긋하게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출발점인 정양레포츠공원 구간은 공원을 일직선으로 통과하는 길이다. 신발을 신고 걷기 편하도록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게 더 좋다. 황강 모래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듯 모래알이 굵지도 가늘지도 않아 발에 닿는 느낌이 좋다. 최고의 내륙 바캉스란 명성 뒤에는 이 같은 고품질의 모래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번잡한 공원 구간을 벗어나 제2남정교 밑을 지나면 갈마산징검다리 코스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1.8㎞ 정도다. 이 구간은 말 그대로 한적한 강변 산책로다. 한낮보다는 해 질 무렵 연인과 함께, 또는 가족과 함께 걷는다면 멋진 한 장의 추억 사진으로 남을 코스다. 징검다리 입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는 갈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갈마산은 말처럼 생긴 산이 황강에서 물을 마시는 형상이라 해 이름 지어졌다. 고도 233m로 정상까지 걸어서 20∼30분이면 충분하다. 갈마산 등산로를 뒤로하고 곧장 징검다리를 건넌다. 길이 200m 정도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운치도 있지만, 수심이 얕아 대부분 물장난을 치며 징검다리 아래로 건너는 이가 더 많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강변 일대에 합천군민의 생활체육 공간인 축구장과 농구장, 게이트볼장이 보인다. 합천은 강변 유휴공간이 넉넉해 타지역보다 체육시설이 많다. 실제 합천군은 국제규격의 축구장 15개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동·하절기 프로·아마 선수단의 전지 훈련장으로 활용된다.

제2남정교 밑을 지나 게이트볼장을 끝으로 강변 산책로를 따라가면 마지막 코스인 함벽루(涵碧樓) 구간이다.

■역사와 마주하는 둘레길

   
경남 합천을 가로지르는 황강의 또다른 명물로 떠오르는 갈마산징검다리.
함벽루 코스는 전체 400m에 불과하지만, 보고 음미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이 구간은 삼국시대 당시 대야(옛 합천의 지명) 성터인 황우산과 황강이 맞닿은 강물 위에 목재 덱을 설치, 더 쉽게 함벽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위 덱을 따라가면 산기슭에 누각인 함벽루와 천년고찰 연호사(烟湖寺)가 나온다. 함벽루에 올라 옛 선비처럼 묵상에 잠겨보는 것도 이 둘레길이 주는 묘미다. 함벽루의 정면은 둘레길의 출발점이었던 정양레포츠공원으로 향해있다. 강 건너 떠들썩한 공원의 풍경과는 달리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한 함벽루에서는 또 다른 세상에 들어선 느낌이다.

함벽루를 내려와 연호사를 둘러보자. 연호사는 해인사의 유명세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인사(802년 창건)보다 159년이나 앞선 643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그래서 합천 사람들은 연호사를 ‘해인사 큰집’이라고 말한다. 비좁은 절터에 옹기종기 정겹게 들어선 전각이 대형화 관광코스화된 사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함벽루 구간의 마지막 코스는 연호사 일주문 위 산기슭에 늘어선 비석 군이다. 삼국시대부터 최근까지 세워진 공덕비와 시비 가운데 눈 여겨봐야 할 비석은 조선 명종 14년(1559년)에 세워진 ‘합천군수 이증영 유애비’(경남 유형문화재 제367호)다. 군수의 공적을 기리는 내용도 좋지만, 비문을 지은 이가 남명 조식(1501∼1572)이고, 글씨는 고산 황기로(1521∼1567)가 썼다는 점이다. 고산 은 당대 최고의 서예가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초서를 잘 써서 ‘초성(草聖)’이라 불렸다. 그의 글씨 가운데 초서는 여러 점 있지만, 해서의 경우 지금까지 발견된 것으로 완성된 작품은 이 비석이 유일하다고 한다. 또 글을 지은 남명 조식은 퇴계와 어깨를 겨뤘던 당대 최고의 유학자였으니, 풍성한 역사의 향기가 되돌아가야 하는 둘레길의 지루함을 날려버린다.

이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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