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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97> 사천 곤명 생태공원 길

홍수 막으려 쌓은 제방둑… 야생화·수생식물 천국으로 변신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20-07-05 19:22:1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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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녀봉 전설 품은 완사마을 인근
- 총 3만8000㎡ 부지의 공원 길
- 50여 대 차량 주차 공간 넉넉
- 넝쿨터널·팔각정 등 쉼터도 갖춰
- 완사교~완사역 구간 車 조심을

- 완사시장 1일·6일 5일장 열려
- 국밥·피순대·막국수 맛 일품

경남 사천시 곤명면 정곡마을은 ‘완사(浣紗)’라는 명칭이 더 흔히 쓰인다. 인근지역 주민도 정곡리라고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전통시장의 이름도 완사시장이고 기차역도 완사역이다. 완사라는 명칭은 마을을 내려다보듯 가까이에 있는 옥녀봉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이 마을에 용모도 아름답고 품행이 단정한 옥녀가 살았는데, 베를 짜서 마을 앞 덕천강에 씻어 말려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마을을 지나던 민 도령이 옥녀에게 반해 청혼하자 옥녀는 과거에 급제하면 허락하겠다며 거절했다. 그 뒤 민 도령은 과거공부를 했고 옥녀는 민 도령의 옷감을 준비하고 있는데 고을 사또가 옥녀를 탐하려다 거절당하자 옷감을 모조리 자르는 행패를 부렸다. 이에 낙담한 옥녀는 덕천강에 몸을 던졌고 사또도 급사했다. 나중에 과거에 급제한 민 도령도 이 사실을 알고 뒤따랐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옥녀가 ‘비단을 씻었다’ 하여 ‘완사’라고 불렀다 한다. 덕천강이 흐르고 진양호가 인접해 있는 이 마을은 홍수 때마다 물난리를 당하자 정부는 민가나 농지를 지키기 위해 강과 호숫가에 제방을 높이 쌓았다. 하천부지가 생기고 경관이 아름다운 제방이 발달했다. 그러자 진주와 창원 등지에서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사천시와 주민은 다듬고 관리하며 널리 알리고 있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곤명 생태공원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에 금세 반한다. 이완용 기자
■하천부지가 생태공원으로 변신

곤명 생태공원 길은 하천 변에 둑을 높이 쌓아 길을 만들면서 생겼다. 진주에서 하동방향으로 가는 국도 2호선을 이용해 신호등이 있는 완사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300여m를 더 가면 생태공원 입구의 주차장에 이른다. 승용차 5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차를 세우고 생태공원을 한 바퀴 걸어본다. 3만 8000여㎡에 27억 원을 투입해 만든 공원은 쉼터와 어울마당 등이 조성돼 있고, 축구장 2면, 풋살 경기장 2면, 다목적 종합경기장 1면을 갖췄다. 최근에는 노인을 위한 게이트볼장도 들어섰다. 생태공원에는 수생식물 관찰원, 야생화 체험장 등이 조성돼 팔각정, 넝쿨류 식물 터널, 용을 형상화한 조형물 등을 갖추고 있다.

생태공원에서 주차장으로 나와 신흥리와 만지마을이 있는 왼쪽으로 걷는다. 걷기의 시작이다. 만지마을까지 1㎞가량의 2차로 아스팔트 길은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다. 도로 양쪽으로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에는 벚꽃길이고 요즘에는 그늘이어서 좋다. 가을과 겨울에도 경관 하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길이다. 신흥마을 입구에는 잡초가 우거진 망향비가 우뚝하다. 진양호 수위 상승으로 터전을 내놓은 주민의 아픈 마음이 그려진다.

   
곤명 생태공원 내 팔각정 정자.
만지마을로 들어가는 만지교에 이르니 다리 아래 호수에는 온통 왕버들이 숲을 이뤄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고 하늘은 높아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만든다. 만지교에서 왼쪽의 완사교 쪽으로 방향을 튼다. 벚나무와 대나무, 잡목 등이 무성해 호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한낮인데도 해 질 녘 같은 분위기다. 1.5㎞가량의 이 길은 호젓하긴 하지만, 인근 골프장으로 왕래하는 자동차가 많아 분위기를 망친다. 길가에는 잡초가 가드레일을 비집고 차도 쪽으로 넘어 온 바람에 지나가는 자동차라도 만나면 조심을 많이 해야 한다. 완사교에서 완사역으로 가는 200여m는 매우 위험하다. 국도 2호선에 있는 교량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도 확보되지 않아 농사를 짓기 위해 교량을 건너다니는 주민도 불안해서 어떻게 다닐까 싶다.

완사역에서 금성마을의 금성교 입구에 이르는 둑길과, 여기에서 둑길을 따라 신기마을에 이르는 3㎞가량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조용하고 호젓해 그만이다. 그러나 신기마을에서 완사시장까지의 1㎞가량도 차도를 걸어야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완사시장 주변의 장터국밥 일품

   
완사시장통에 이르면 걷는 길은 끝이나 다름없다. 자동차를 세워 둔 생태공원 입구의 주차장이 아스팔트 길로 200여m가량 남겨두고 있다. 5일 장이 열리는 1일과 6일이면 장터 구경이 할 만하다. 서부경남에서도 제법 큰 장으로 알려져 있어 오전에는 북새통을 이룬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먹거리도 발달했고 오래된 국밥집이 많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전골 요리인 피순대는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고 어탕이나 막국수도 일품이다.

시간이 남는다면 완사의 전설이 있는 옥녀봉을 둘러봐도 좋고, 운전자가 따로 있다면 와인갤러리에서 다래와인을 시음해 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진주시와의 경계에 자리한 진양호 캐러비안 온천에 몸을 담근다면 훨씬 개운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

윤용민 곤명면 부면장은 “진양호 댐을 높이면서 수몰 지역이 늘어나자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방을 더 쌓으면서 경관이 아름다운 산책로가 생기게 됐다”며 “지금은 다소 미흡하지만, 덱을 설치하거나 풀베기를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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