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사실관계 소명, 구속 불필요
- 유·무죄 여부 재판에서 가려야”
- 이 부회장, 피의자 방어권 보장
- 최지성·김종중도 영장 기각돼
- 檢,1년7개월 수사 정당성 타격
법원이 9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으로 이 부회장을 구속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면서 사실관계와 유·무죄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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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1년 7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됐고, 검찰이 내세우는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도 확보된 이상 피의자를 굳이 구속할 사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후 법정에서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공방을 거쳐 사실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 갈림길에 섰던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모두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 검찰로선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의 정당성이 막판에 흔들리게 됐다. 검찰은 전날 8시간30분간 진행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다수 제시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에선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를 본안 재판 수준까지 따지는 것은 아니어서, 구속영장 기각이 곧 이 부회장의 모든 혐의를 법원이 무죄로 판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짧은 기간에 구속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게 영장 재판인 만큼 법원은 이 부회장 등의 혐의가 인정되는지에 관해 기록 전체를 모두 꼼꼼하게 검토했다기보다는 현 단계에서 구속이 필요한지를 중점적으로 따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아직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불구속기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법리 검토와 공소장 작성, 기록 정리 등 수사 마무리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이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은 수사심의위 절차에서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 이후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띄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는 등 두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