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구, 수리조합 철거 보류
- “설계 공모 후 시와 보존 논의”

철거 위기에 놓인 강서구 대저동 대저수리조합(국제신문 지난 1일 자 4면 등 보도) 건물이 부산시 미래유산 후보로 선정됐다.

부산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로 사용 중인 대저수리조합 사무동. 전민철 기자

부산시는 지어진지 100년이 넘은 근대 건조물인 대저수리조합 건물을 비롯, 유·무형 유산 102개를 미래유산 후보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시 미래유산’은 조례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민이 직접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는 역사 분야에서 부마민주항쟁, 초량왜관,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 다대진성, 박차정 생가터, 6월항쟁도, 도시 분야에서 산복도로, 용두산공원, 어린이대공원, 영도선착장, 생활문화 분야에서 부산 사투리,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돼지국밥, 상해 거리(구 초량청관거리), 밀면, 부평깡통시장, 산업 분야에서 명지 염전, 문화예술 분야에서 조선키네마 주식회사 등 20건을 선정했다.

올해도 역사 산업 도시 생활문화 문화예술 등 5개 분야에서 선정할 계획이다. 시가 발표한 미래유산 후보 목록에 따르면 역사 분야에는 부산시민공원 등 21개가, 산업 분야는 대저수리조합 등 14개, 도시 분야는 해운대역 팔각정 건물 등 27개, 생활·문화 분야에는 구포시장 등 25개, 문화·예술 분야에는 영화의전당 등 15개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는 오는 25일까지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설문조사를 거쳐 오는 11월께 2020년 부산 미래유산을 최종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대저수리조합을 미래유산 후보 중 하나로 꼽은 데다, 지난 5일 수리조합 보존을 위해 시가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하자 강서구는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강경 입장에서 후퇴했다. “철거 후 역사성을 되살릴 방안을 찾겠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시로부터 설계 공모 참여자와 함께 수리조합 건물 가치를 살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보존 방안은 설계 공모 이후 시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계자가 철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헐릴 수 있어 보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강서구 대저수리조합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김해평야 일대 치수와 비료 판매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사무동은 1956년 무너져 다시 지어졌으며, 비료창고 건물은 건립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두 건물 모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강서구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은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강서구는 이 건물을 허문 뒤 도시재생사업 연계 문화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어서 논란을 빚는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