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 이용객에 안전주행 문자’
- 음주운전 적발 의식한 대책엔
- 전문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

공유형 전동 킥보드 운영업체 라임코리아가 킥보드의 무단 방치를 해결하려는 지자체에 상식 밖의 민원을 제기해 빈축을 산다. 빈발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서도 자체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부산 수영구 일대 인도를 무단 점유했다가 수거된 라임코리아 전동 킥보드. 수영구 제공

17일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말을 종합하면 라임코리아는 최근 이들 지자체를 상대로 “표적 단속을 멈추어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라임코리아 등 전동 킥보드의 해안가 인도 무단점유 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는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전동 킥보드를 노상 적치물로 규정하고 과태료를 매기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 중 전동 킥보드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지자체는 이 두 곳뿐이다. 올해 들어 해운대구는 710만 원, 수영구는 115만 원의 노상적치물 과태료를 라임코리아에 부과했다. 라임코리아는 민원을 통해 “(이 같은 조처는) 행정기관의 갑질이자 ‘표적 과태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와 이 지역주민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영구 주민 안진영(32) 씨는 “집 앞에 라임코리아 킥보드가 주차되거나 쓰러진 채 방치된 경우가 많아 여러 차례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기기 관리는 엉망으로 하면서 정작 킥보드를 치워주는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적 과태료’ 주장에 대해 이들 지자체는 “킥보드를 무분별하게 주차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 업체에 요청했는데, 유독 라임코리아의 기기가 많고 협조도 안 된다. 보행 안전과 민원 해소를 위해 과태료를 부과할 뿐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는 과태료 한도를 ㎡당 최고 2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높이는 조례안 개정을 통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라임코리아가 속출하는 자사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 적발을 의식한 듯 내놓은 자체 대책안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단속에서 음주운전 7건 등 210건이 적발됐다. 음주운행이 이틀에 한 번꼴로 일어난 셈이다.

라임코리아는 음주운행을 방지하고자 심야 및 새벽 시간대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안전 주행 동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외국에서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효할 거라는 게 라임코리아 주장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계도 일선에서 활동해온 경찰은 효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교통경찰은 “그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음주운행을 막을 수 있다면 부산의 음주운전 문제는 진작 근절됐을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해운대구에서 라임코리아가 운영하는 전동 킥보드를 무면허 상태로 타던 운전자가 왕복 8차로를 건너다 차에 부딪혀 사망했고, 서면에서는 3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라임의 전동 킥보드를 몰다가 적발됐다. 라임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이달부터 무면허·안전모 미착용 등 이용자의 위법 행위를 본격 단속하고 있다. 지자체는 강제 수거와 과태료 부과 방식으로 대처한다. 부산에서 운영되는 라임·씽씽·윈드 등 업체의 전동 킥보드 수는 1700여 대로 추산된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