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폭발한 화학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와 관련,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통영거제운동환경연합이 사고선박의 통영 조선소 예인에 앞서 안전한 대책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통영거제운동환경연합은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화학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선사 측은 위험 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채 지난달 27일 통영 성동조선소로 예인할 계획이었지만 연기된 상태다.

이들 단체는 폭발이 발생했던 9번 탱크에 여전히 ‘스티렌 모노머’(SM)라는 화학물질이 2800ｔ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 선박을 통영으로 이동시키려는 계획에 대해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2차 사고와 환경오염을 우려했다.

‘스티렌 모노머’(SM)란 화학물질은 소량만 유출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난 8일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병원에 입원한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 저장 탱크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사고 원인 물질도 SM이다.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화학물질 운반선의 폭발사고로 선원 3명, 하역노동자 8명과 사고수습에 나섰던 해경 5명, 소방관 2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당시 화재진압에 참여했던 소방공무원에 대해 특별건강 검진을 벌인 결과 13명이 피부발진, 기관지 통증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고 보고됐다.

SM은 스티로폼, ABS(플라스틱), SBR(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데 사용하는 원료로, 65℃ 이상의 온도가 지속 될 경우 급격하게 폭주 중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두통 어지럼증 등이 발생하며 장시간 노출되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SM이 비록 고체 상태라 할지라도 그 양이 2800여 ｔ이나 되고, 예인과 이적 과정에서 충격 등으로 인한 폭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폭발사고 당시 배의 중심을 잡아주는 밸러스트 탱크에 일부 SM이 흘러들어 선저 페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높아 이동과정에서 해양오염도 우려된다.

울산에서 통영까지 해상항로는 울산~부산~가덕도~진해만~통영 안정공단(성동조선)까지로, 거리는 130㎞가 예상된다. 예상항로는 어업권이 밀집된 곳으로서, 위험 물질이 실려있는 폭발한 화학 운반선을 예인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폭발사고가 난 화학물질은 국내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며, 사고 이후부터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국내에 반입하려면 ‘폐기물국가간이동법’(일명 바젤협약) 저촉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련 관계자는 “울산시와 해양수산부, 관세청,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의 안전과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