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시티서 40대 떨어져 숨져
- 암남동선 낚시꾼 빠져 의식 불명

- 부산지역 3년간 사고 73건 발생
- 시의회 “안전책 보강 시에 건의”

황금연휴 기간(4월 30일~5월 5일) 부산지역 해안가의 테트라포드에서 추락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위험성이 상존하지만 방문객의 출입을 막을 법적 근거가 미약해 서둘러 법률적 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바다의 블랙홀’로 불리는 테트라포드는 파도나 해일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쌓아둔 원통형 기둥 콘크리트 구조물로 부산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5일 오후 전날 추락사고가 발생한 부산 서구 암남동 해변 테트라포드에서 낚시꾼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낚시를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5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24분 부산 서구 암남동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하던 50대 남성 A 씨가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이 출동해 테트라포드 밑 바다에 빠진 A 씨를 발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옮겼으나 A 씨는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1시50분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테트라포드에서 B(41) 씨가 추락해 숨졌다. 숨진 남성은 높이 1.5ｍ, 폭 60㎝ 남짓 되는 해안도로와 테트라포드 사이 경계석 위에 누워 있다가 테트라포드 쪽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목격하고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경계석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테트라포드 쪽으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테트라포드 사이 5, 6ｍ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해경 조사 결과 B 씨는 외지인으로 혼자 이곳을 찾았다. 낚시 도구가 발견되지 않아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라고 추정된다. 해경은 사고 당시 B 씨가 음주 상태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 소지품 등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할 만한 정황이 없어 단순사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해조류 등이 붙어 있어 미끄러운 데다 지지대나 손잡이가 없어 추락하면 자력으로 탈출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이 때문에 실족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부산 마린시티와 청사포 일원,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일부 구역의 테트라포드는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테트라포드는 대부분 해수욕장이나 해안도로에 인접해 나들이객이나 낚시꾼이 통제 구역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출입하고 일부는 이곳에서 술까지 마신다.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에 따르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은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며 통제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과태료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마린시티 테트라포드는 이전에도 추락사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민원 탓에 안전설비를 보강하지 못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부산지역 연안의 테트라포드 사고가 73건에 달한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부산시의회 해양교통위원장 남언욱 의원은 “법률 정비는 당장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일단 테트라포드에 안전장치를 보강하라고 시에 건의하고, 다른 나라 사례를 조사·적용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