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히든 히어로 <6> 180번 버스기사 김창석 씨

심폐소생술로 승객 살린 버스기사 “안전교육 없었으면 못 살렸죠”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18년 정관 향하던 버스 안
- 갑자기 의식 잃고 쓰러진 노인
- 버스 운전 중이던 김창석 씨
- 구조대 올때까지 소생술 반복
- 호흡·의식 돌린 후 119 인계
- 이후 기사 안전교육 강화 성과

- “그저 밥벌이었던 버스 운전
- 이젠 자부심 갖고 안전 책임”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노부부. 옆자리에 앉은 남편의 혈색이 좋지 않다. 얼굴이 갈수록 창백해지더니 갑자기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숨을 쉬지 않는다. 심정지다. 남편의 얼굴은 그대로 하얗게 질렸고, 입술은 파래졌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아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남편의 팔다리를 주물러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귀중한 목숨이 사라지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버스가 멈췄다. 그리고 넥타이를 맨 중년의 히어로가 나타났다.

■버스 기사의 첫 심폐소생술

   
김창석 씨가 지난 10일 부산 동부산권 버스 공영차고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년 182번 버스 기사로 심정지 온 어르신을 심폐소생술로 살렸다. 현재는 180번 버스를 운행 중이다. 동영상 캡쳐
지난 10일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 기장의 동부산권 버스 공영차고지에서 김창석(62) 씨를 만났다.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사람 좋게 웃으며 나타난 김 씨가 바로 히든히어로의 주인공. 30년 동안 버스 기사로 일한 김 씨에게 취재진은 ‘드라이브 선물’을 하기로 했다. 승용차 뒷좌석에 김 씨를 모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김 씨에게 “어느 곳에 가고 싶나”라고 물었다. 김 씨는 “그럼 대변항 쪽으로 가볼까요?”라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늘 누군가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던 그에게 ‘승객(?)’이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승객 돼 보는 것도 정말 새롭고 좋습니다”라며 웃었다. 벚꽃 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봄 풍경에 취해 있던 김 씨에게 ‘그날’의 기억을 물었다. 그는 “그때가 날씨가 추워지던 초겨울 무렵이었죠”라며 기억을 되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8년 11월 29일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182번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기장군 청강리를 출발한 시내버스는 시골길을 달리며 정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 승객이 “기사님! 어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라고 소리쳤다. 김 씨는 급히 버스를 갓길에 세우고 승객에게 달려갔다. 김 모(77)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스스로 ‘침착하자’고 되뇌며 천천히 승객을 살폈다. 할아버지의 입술은 파랗게 질렸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할아버지의 아내로 보이는 분이 “영감! 영감”하며 울부짖으며 몸을 주물렀지만 소용이 없어 보였다. 김 씨는 다른 승객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후 할아버지의 코에 손을 대 호흡을 확인했다. 이어 흔들어 깨워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김 씨는 승객을 버스 바닥에 눕혔다. 가슴에 손을 대고 심폐 소생술을 시작했다.

김 씨는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하지만 난생처음 하는 실전(?)은 마네킹을 대상으로 할 때와 긴장감이 달랐다.

“저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텨달라’는 생각만으로 정신없이 가슴을 압박했습니다.”

1분이 지났을까. 2분이 지났을까. 땀이 비 오듯 했다. 주변의 승객도 어쩔 줄 몰라 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때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할아버지가 눈을 떴다. 호흡과 의식이 돌아와 아픔을 느꼈는지 팔로 밀어내기도 했다. 의식을 돌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실제로 할아버지가 살아나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고, 승객들은 하나 같이 손뼉을 치며 함께 기뻐했다. 할아버지를 의자에 앉히고 잠시 기다리자 119구급대가 도착했다. 구급차를 타고 출발하기 전 할머니가 “우리 영감 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어요”

   
김창석 씨가 심폐소생술로 의식을 차린 어르신을 앉히는 모습. 동영상 캡쳐
김 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아직 뚜렷하게 남아 있다.

“30년 동안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지내왔는데 그런 일이 생기니 놀랍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날 생각만 하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할아버지 건강하게 잘 계시겠죠.”

그는 “심정지 발생 후 4~6분이 골든타임이라고 하지 않나.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써먹고 사람 목숨 살릴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회상했다. 취재진과 김 씨는 대변항에서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후 항구 주변을 거닐었다. 바닷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김 씨는 “온종일 버스 안에서 지내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심폐소생술로 승객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일이 알려진 후 김 씨는 각종 단체에서 상을 받았다. 부산시는 부산시장 표창을, 미래통합당(당시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은 모범시민상을 수여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의인상, 부산여객자동차에서 표창패도 받았다. 그는 “영광스럽게도 많은 상을 받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 민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식들이 ‘아빠 자랑스럽다’고 할 때는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보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김 씨의 사례는 ‘모범 사례’로 지금도 소개되고 있다.

버스 기사로의 사명감도 생겼다. 현재 180번 버스를 운행하는 김 씨는 “그전에는 그저 일이었다.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이제 어르신이 타면 룸미러로 계속 관찰하게 된다”며 웃었다. 그는 “그 일을 계기로 마음가짐도 조금 바뀌었다. 승객에게 조금 더 안전하고, 친절한 기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씩 알아봐 주는 승객도 생겼다. “영광이라며 인사하는 승객이 많다. 오히려 내가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치킨을 선물했다. 김 씨는 치킨 냄새를 한번 맡고는 “정말 고소하겠다. 동료들과 잘 나눠 먹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만약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한번 영웅이 되어주겠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영웅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 뒤 “아마 다른 버스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동료들이 더 훌륭하게 대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래도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심폐소생술을 할 것이다. 그때 한 번 해봤으니 더 침착하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박호걸 신지영 기자 rafael@kookje.co.kr

※ 제작지원 BNK, 한국주택금융공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212>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2. 2“상처 숨긴 채 살아온 미연…내면 닮아 감추고 싶었죠”
  3. 3“지도교수제·선배 멘토링, 로스쿨 승승장구 비결”
  4. 4가요계 걸크러쉬 현아, 신곡 ‘아임 낫 쿨’ 컴백
  5. 5“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6. 6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7. 7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8. 8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9. 9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10. 10“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1. 1“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2. 2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3. 3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4. 4“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5. 5청년선대본부 출범·신공항 논평…야당 보선 주자들 6色 홍보전
  6. 6김종인 수습에도…주호영 또 신공항 딴지
  7. 7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8. 8박인영"국민의힘은 TK만 생각하나…부산시민 분노 알면 깜짝 놀랄 것"
  9. 9여당 3파전, 야당 6명 압축…‘보선 라인업’ 나왔다
  10. 10국민의힘 지지율 출렁에 깜짝…김종인·주호영 가덕도 찾을까
  1. 1[브리핑]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2. 2[브리핑] 에어부산 대마도 무착륙 비행
  3. 3[브리핑] 한은 동전교환 온라인예약제로
  4. 4주가지수- 2021년 1월 27일
  5. 5대리점 대신 온라인서 산다…‘자급제폰’ 인기
  6. 6[경제 포커스] 부산 대표 기업들 휘청대는데…바라만 보는 市
  7. 7탈부산 인구 97% 수도권行…최다 이유는 ‘일자리’
  8. 8부산 남구, 작년 4분기 땅값 상승률 전국 2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하> 동원개발③
  10. 10‘간편한 한끼’ 밀키트 작년보다 3배 잘 나가
  1. 1위기가정 긴급 지원 <1>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2. 2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3. 3위기의 대우조선, 올 77억弗 수주 목표
  4. 4양산 물금 황산로 1→ 2차로 확장 추진
  5. 5울산에 철새 여행버스 다닌다
  6. 6진주시 공모사업 대거 선정…작년 국·도비 391억 확보
  7. 7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8. 8초등 저학년·유아부터 3월 신학기 등교수업 확대
  9. 9가덕신공항 기술검토 용역 진행…6월까지 활주로 등 최적안 도출
  10. 10“월세 안 받을게요” 양산 착한 건물주 화제
  1. 1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1> 부산시체육회 장인화 회장
  2. 2류현진 든든한 내야 우군 얻었다
  3. 3kt 2연패…공동 5위로 밀려
  4. 4롯데 루키 나승엽 1군 스프링캠프 포함 눈길
  5. 5김시우 PGA 시즌 2연승 도전
  6. 6프로야구 ‘유통더비’ 눈앞…롯데 지갑 열까
  7. 7손흥민 시즌 ‘10-10 클럽’(10골·10도움 이상) 가입
  8. 8새 부산농구협회장, 전철우 대표 당선
  9. 9프로축구 아이파크, 미니프런트 7기 모집
  10. 10‘첼시의 전설’ 램퍼드 감독 불명예 퇴진
위기가정 긴급 지원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부울경 메가시티의 길
일본·독일 등 해외 사례의 교훈
눈높이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發 재활용쓰레기, 근본 해결책 필요
부산 재도약의 해, 새 리더십 선택이 중요
뉴스 분석 [전체보기]
부산 정시 경쟁률 2.3 대 1…11개大 정원미달 현실화
“이명박·박근혜 사면 국민 공감대 우선” 당내 반발에 한발 뺀 이낙연
다이제스트 [전체보기]
파크하얏트부산 ‘레디 투 릴렉스’ 프로모션 外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위시 트리 캠페인 外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전체보기]
배달과 박달 : 밝게 살자
중생과 군생 : 커다란 차이
사건 인사이드 [전체보기]
‘우수관 도주’ 외국선원 올해만 6명…감천항 땅밑이 뚫렸다
스토리텔링&NIE [전체보기]
무관세 수입품 가공하면 우리 산업 지킨대요
헬스케어·드론 택배…에코델타에 SF가 현실로
신통이의 신문 읽기 [전체보기]
수학도 인간관계도 깨달음이 성장과정이란다
명란요리 체험 등 색다른 부산여행이 뜬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체보기]
공익확대 vs 개발위축…첫 사전협상제 한진CY 난파 기로
교육감 “재해처벌법 학교장 빼달라” 노동계 “시대착오적”
이슈 추적 [전체보기]
핵심은 사라진 황금계급장·돈 출처인데…변죽만 울린 수사
포토뉴스 [전체보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코로나 확진
나무에 새긴 시
현장 줌인 [전체보기]
‘돌봄 파업’에 교장·교감까지 방과후 보육 총동원
오늘의 날씨- [전체보기]
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7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