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형제 친구도 없이 홀로
- 힘들게 생활하던 20대 손 씨
- 생 마감하려던 절망적 상황서
- 서 경위 공감·설득에 마음 돌려
- 아들뻘 청년 품어준 서 경위
- 매일 안부 묻고 취업자리 알선
- 7개월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
- “경위님처럼 도움 주며 살게요”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좁은 취업 문, 배고픔, 절박함. 그런 것은 견딜 수 있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는 절대적 고독과 고립감. 그것과 이별하고 싶었다. 흉기를 들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 순간, 그가 내게 왔다. 처음으로 나를 오롯이 나로 봐주고, 지난 아픔에 공감해준 사람. 그리고 살아갈 희망을 줬던 사람. 마이 히든 히어로, 부산경찰 서병수 경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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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한 부산진경찰서 서병수 경위(왼쪽), 평생의 은인을 만난 25세 청년 손경서 씨 |
■벼랑 끝 20대 마음 돌린 진심
국제신문 취재진은 지난 8일 부산진구 개금동으로 손경서(25) 씨를 만나러 갔다. 손 씨는 지난해 8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부산진경찰서 개금파출소 서병수 경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청년이다. 취재진은 손 씨에게 1년 전 그날에 관해 물었다.
손 씨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손 씨는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성년이 돼 보육원에서 나왔지만, 보육원 출신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막혀 취업은 쉽지 않았다. 손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직장이 안 구해져서 생활고로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기댈 만한 곳도 없었어요. 가족도 없었고, 친구들도 다들 어렵게 일해서 기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혼자…”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8월 8일 오후 7시 30분께. 며칠 동안 굶어 배가 고팠다. 집에는 먹을 게 없었고, 돈도 없었다. 손 씨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친구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긴 후 지난날을 잠시 되돌아봤다. 마음을 굳히고 실행하려고 할 때 부산진경찰서 개금파출소 서병수 경위가 동료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문자를 본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었다.
손 씨는 “다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반항했다. 그러자 서 경위는 “무슨 얘기인지 들어나 보자”라며 손 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손 씨는 강압적이거나 단지 상황만 무마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서 경위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한 이유를 털어놨다. 서 경위는 1시간 30분 동안 손 씨의 말을 듣기만 했다.
손 씨의 말이 끝나자 서 경위는 “힘들었겠구나”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책임지고 취직시켜주겠다. 나를 믿어라”고 하면서 손 씨의 눈을 바라봤다. 손 씨는 처음에는 “못 믿겠다”고 물러섰다. 그러자 서 경위는 “경찰이 아니라 남자로서 하는 약속이다. 믿어라”고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자신의 힘듦에 공감해준 유일한 어른. 손 씨는 펑펑 울며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놨다.
■은혜 잊지 않은 치킨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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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0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파출소에서 손경서(오른쪽 상단) 씨와 서병수 경위가 껴안고 있다. 동영상 캡쳐 |
서 경위는 손 씨와 함께 개금파출소로 갔다. 서 경위는 손 씨 앞에서 전화를 돌려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손 씨의 취직을 부탁했다. 신분은 자신이 보장할 테니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했다. 그러나 직장을 구하는 것은 금세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서 경위는 손 씨를 데리고 나가 돼지국밥부터 사 먹였다. 그리고 수중의 5만2000원을 쥐여주며 “배고플 때 뭐라도 사 먹어라”고 했다. 그리고 그를 집으로 보냈다.
서 경위는 그날의 일에 대해 “원칙대로 하면 자해를 시도했기 때문에 강제 입원 3일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경서를 케어할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파출소장님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잘못되면 제가 책임진다고 했어요”라고 기억했다.
서 경위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든 안 하든 손 씨에게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는 “조금만 더 기다려라. 반드시 직장을 구해주겠다”고 안심시켰다. 드디어 그달 26일 손 씨는 서 경위의 소개로 경기도의 한 인테리어 업체에 취직하게 됐다.
손 씨와 서 경위의 사연은 손 씨가 8월 30일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손 씨는 ‘이런 경찰 또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사연을 소개하며 “요즘 저는 몸은 고되지만 기술을 배우며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서 경위님께 엄청나게 큰 빚을 졌다”고 적었다.
손 씨는 단순히 그를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자 부산으로 내려와 서 경위가 근무하는 개금파출소를 다시 찾았다. 외근에서 복귀한 서 경위는 손 씨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포옹하고 등을 두드려줬다. 손 씨는 준비해 온 치킨 세 마리를 건네며 다시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 경위도 양말을 선물하며 손 씨를 격려했다.
■“나도 남을 돕고 살겠다”
손 씨도 서 경위가 그렇게까지 도와준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그는 “경찰에게 그런 소동은 흔한 일이니까 그냥 그 상황만 넘기려고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끝까지 가족처럼 챙겨준 모습이 아직도 이해가 안 가죠”라며 “제가 만약 경위님 입장이라도 그렇게까지는 못 도와줬을 것 같거든요”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서 경위는 왜 그렇게 손 씨를 도왔을까. “예전에 저도 안 해본 일 없이 힘들게 살았습니다. 힘든 걸 아니까 도와준 거죠. 게다가 제 아이도 경서와 비슷한 또래라서 그냥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누군가는 도와줘야 할 나이인데 주변에 조언해줄 사람이 없어요. 그건 경서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또 나쁜 길로 빠지면 우리가 하는 업무랑 반대가 돼버리니까 저라도 도와야죠. 이제 한 번 인연 맺었으니 평생 봐야죠. 제가 먼저 형 동생으로 지내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취재진은 서 경위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치킨을 전달했다.
손 씨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그는 “서 경위님이 저를 도와준 것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저도 언젠가 어엿한 사회인이 돼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겠습니다”고 말했다. 밝게 웃으며 취재진에게 당찬 포부를 밝히는 경서 씨를 옆에서 지켜보는 서 경위의 만면에 애정이 그득하다.
박호걸 신지영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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