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쌍방향 원격 수업을 듣는 모습이 교사의 노트북에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웹캠 해킹으로 인한 학생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문답페이지에는 “대학교 개강 이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평소에는 테이프로 노트북 웹캠을 막아놓고 강의를 들을 때만 테이프를 떼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이 2017년 IP 카메라를 해킹한 뒤 여성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녹화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웹캠 해킹으로 사생활을 불법 녹화한 영상이 음란물처럼 유포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에만 IP카메라 1800여대를 해킹하거나 웹캠 약 150대에 무단 접속해 여성들의 사생활을 훔쳐봐 적발된 사례가 잇따랐다.

온라인 개학을 코앞에 둔 초·중·고등학생 부모들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개강을 준비하는 일부 입시학원에서도 이런 염려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 딸을 둔 A(43)씨는 “우리 집에 웹캠 해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화상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게 영 부담스럽다”며 “아이에게 집에서도 옷을 단정하게 입고 방도 깨끗하게 치워놓으라고 했다. 아이가 수업 듣는 시간에 내가 일을 하러 나가 있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원 강사 오모(23)씨는 “학원에서 화상강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웹캠을 가리고 수업을 들어도 되냐고 문의하기도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화상 강의에 참여할 때 얼굴과 목소리뿐 아니라 집안 모습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해야 한다는 데 부담감을 호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웹캠을 끌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도모(25)씨는 8일 “출석 체크나 질의응답 시간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웹캠을 끌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학생들끼리 다른 학생의 얼굴이나 방 안을 캡쳐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생활 침해 문제로 최근 웹캠 가리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n번방’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3월 이후 웹캠 가리개 검색량이 3.5배 이상 증가했으며 대학 개강 시점과 맞물려 평소보다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구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