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기말고사, 여름방학 등
- 학사 일정 전면 조정 불가피
- 법정수업일·수업시수 감축도
- 대입 앞둔 수험생 혼란 가중
- 학교·교육청 대책 마련 분주

정부가 개학을 세 번째 연기하면서 각급 학교 학사일정의 전면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간·기말고사와 여름방학 등 각종 학사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의 혼란이 특히 더 클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부가 새 학기 개학일을 다음 달 6일로 미루면서 수업일수 25일이 휴업일로 바뀌게 됐다. 휴업일이 15일을 넘어서면서 지금부터는 학교장 재량으로 법정수업일(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의 10% 범위에서 연간 수업일을 감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업시수(이수단위) 감축도 허용됐다. 고교생의 경우 3년간 204단위(1단위는 50분 수업 17회)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이수단위는 줄지 않은 채 수업일수만 줄면 하루에 받아야 하는 수업량이 크게 는다는 우려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학교 대부분이 긴급 상황이 생겨도 최소 이수단위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학사 일정을 짜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시험일정 조정 불가피

그러나 중간고사 연기는 불가피하다. 학교는 보통 4월 말~5월 초에 중간고사를 치르는데, 올해는 다음 달 6일에 학기가 시작돼 예년과 같은 일정으로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 부산중등교장협의회는 올해 중간고사 권장일을 5월 18~22일로 제안했는데, 조만간 회의를 열고 전체 학사일정안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학습량을 고려할 때 중간고사 기간은 빨라도 5월 마지막 주(25~29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7월 말에 시작하던 여름방학도 8월 초중순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 경우 9월 7일부터 대입 수시모집에 원서를 제출해야 하는 고3은 기말 시험공부를 하면서 지원 희망대학 입시요강 분석, 자기소개서 등 각종 서류 준비 등을 함께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법상 문제는 없지만 고3은 더 버거워진다. 대학 수시모집에는 3학년 1학기까지 내신 성적이 반영되는데, 중간고사를 생략해 지필평가를 한 번만 치르면 고3 학생이 만회할 기회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고교 대부분은 무리해서라도 중간고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험을 치르느라 수업시간의 손실을 보지 않도록 중간고사를 수업 중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로 대체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지만, 부산 일선 학교장들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부산 A고 교장은 “과제형 수행평가는 부모가 관여할 여지가 있어서 금지됐고, 수업 중 수행평가도 진도를 나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평가자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수행평가보다는 지필고사가 공정하다는 게 학생 학부모의 정서다”고 말했다.

■고3 혼란 더 커

학교 입장에서는 고3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이 오는 8월 31일로 예년과 다름없는 점도 부담이다. 잇따른 학사 일정 연기로 여름방학이 8월 초중순 2주 정도로 미뤄질 전망인데, 마감일이 연장되지 않으면 교사가 학생부 작성을 완료하고 학생이 검토·수정할 시간이 예년보다 몇 주나 짧아진다.

부산 B고 교장은 “시험 성적과 수행평가를 종합한 등급 산출, 학생부 기재 금지사항 점검 등을 해야 하고, 올해부터는 교과 세부 특기사항도 기록해야 한다. 오류가 나지 않으려면 작성을 마치고 교차점검도 해야 하는데, 지금 일정으로는 무리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19일로 예정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기를 결정하지 않은 것도 재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산다. 학사일정이 줄줄이 미뤄지면 재학생은 수능 준비에 쫓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 수능을 경험한 데다 올해도 수능만 준비하면 되는 재수생에 비교하면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면서 학생부 마감일과 수시모집 일정만 조정할지, 수능과 정시모집 일정까지 조정할지, 6월·9월 모의평가는 어떻게 진행할지를 더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 C고 교장은 “재학생이 느끼는 박탈감이 크다. 개인적으로 대입은 공정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라도 수능은 미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포함한 모든 대입 일정을 빨리 확정만 해주면 학교가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데, 교육부가 고민만 거듭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