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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히어로 <1> 코로나 이길 모라3동의 사연

세상에서 가장 큰 돈 100만 원

100원 동전 오래오래 모아 만든 돈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주고 싶어요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20-03-17 22:17:37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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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바이러스 전염보다 더 두려운 건 혼자 고립된 것 같은 외로움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고개를 떨구는 바로 그 순간, 그 사람들이 있었다. 사고 난 차에서 울고 있을 때 슈퍼맨처럼 나를 구해준 할아버지,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100만 원을 기부한 기초생활수급자…. 그들이 이 시대의 히든 히어로다. 국제신문은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사는 시민 영웅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어려운 시기 그들의 미소를 보고 한 줄기 희망을 얻길 바라며. 부산온(ON·溫) 시즌2 ‘히든 히어로’, 레디 액션!

- 남편이 투병 중인 60대 여성
- “환자가 환자 마음 아는 법이라
- 코로나 감염자 마음 아파 기부”

- 기초수급자인 60대 여성
- “절박한 자영업자 뉴스 접하고
- 100원 씩 모아 만든 100만 원
- 내 돈 아니라고 마음 먹고 내놔”

누구 하나 예외 없이 힘든 시기다. 이럴 때 남을 돕기 위해 주머니를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부산 사상구 모라3동은 조금 다르다. 모라3동은 부산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지만, 최근 주민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하나 둘 주머니를 열었다. 소식을 들은 국제신문 취재팀은 곧장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로 달려갔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위해”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에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0만 원을 기부한 A 씨.
지난 4일 오전 10시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 한 60대 여성이 건물로 들어와 두리번거렸다.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며 주민센터 내부를 둘러본 그는 직원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저기 코로나 때문에 기부하려고 하는데요.”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직원에게 건넸다. 봉투를 준 후 빠르게 뒤돌아서는 그에게 직원은 이름과 주소를 물었다. 그는 주소만 남기고 주민센터를 나섰다.

지난 9일 취재진은 어렵게 첫 번째 히든 히어로 A 씨를 만났다. A 씨는 모라3동에서 신장투석 중인 남편과 둘이 살고 있었다. 기부의 계기를 물었다. A 씨는 “우리 영감이 주 3회 투석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잘 나가지 못해 불편하더라. 그런데 TV를 보니까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 많아서 적지만 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집에 환자가 있어 TV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더라. ‘나도 힘든데 그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했다”고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오히려 A 씨는 더 많이 기부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영감이 국가유공자라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 기부할 마음으로 통장을 꺼내서 보니 얼마 없었는데 그거라도 일단 했다”며 “마음 같아서는 큰돈을 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다.

   
A 씨에게 준비한 치킨을 전달했다. 그러자 그는 “이런 거 받는 게 불편하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아들이 사 왔다고 생각하고 이웃과 나눠 드시라”고 해서 겨우 전달에 성공했다. A 씨는 “고맙다. 앞으로도 남 돕고 살겠다”며 웃었다. 최정곤 모라3동장은 “이곳은 전체 인구의 39%가 수급자로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곳이다.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걸 보는 모습이 훈훈함을 넘어 존경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수급자가 내놓은 100만 원

   
지난 9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기초생활수급에서 모은 돈 100만 원을 기부한 B 씨와 인터뷰하는 모습. 동영상 캡처
A 씨가 주민센터를 다녀간 지 1시간 후. 다른 60대 여성이 주민센터로 들어왔다. 주민 B 씨였다. B 씨는 가방에서 돈 봉투를 꺼내 주민센터 직원에게 건넸다. 돈 봉투는 신문지로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B 씨는 “코로나를 위해 써달라”고 말한 후 자리에서 뜨려 했다. 그러자 직원이 B 씨를 불러 세워 “동장님과 차 한잔하고 가세요”라고 권했다. B 씨는 어쩔 수 없이 동장실에 들어갔다가 “익명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한 후 후다닥 주민센터에서 나갔다.

지난 9일 B 씨는 취재진에게 기부 과정을 덤덤하게 설명했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데 우의 파는 아저씨가 물건도 안 팔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전 보증금 100만 원에 3만 원짜리 월세 살 때가 생각났다. 피부병으로 일을 구하지 못해 절박한 상황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우의 파는 아저씨 생각이 계속 났다. ‘물건 하나 사줄걸’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잠이 오지 않아 TV를 켜니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B 씨는 그날 저녁 힘들게 모아둔 1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힘들게 모은 만큼 기부를 하려고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때마다 B 씨는 “이건 내 돈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100만 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그에게 돈을 모은 과정을 물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B 씨는 “물건 사고 남은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500원짜리를 만들고, 500원짜리 모아서 5000원쯤 되면 또 바꿨다. 그렇게 1만 원짜리, 5만 원짜리로 키우며 모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돈을 아껴 쓰려고 가계부를 적는다. 외출할 때는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가기도 했다. 여유 있을 때는 지폐도 모았다”고 말했다. B 씨는 “(기초생활수급이)국가로부터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받아먹는 거다. 자영업자가 저렇게 어려운데 양심상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치킨을 건넸다. B 씨도 A 씨처럼 거절했다. 그는 “주민센터 앞 화단에 몰래 놓고 오려다가 혹시 잘못될까 봐 그렇게 못했다. 이렇게 오실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것”이라며 치킨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B 씨는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4개를 가져왔다. 맛있게 먹을 테니 치킨을 받아달라며 애교를 부렸더니 결국 웃으며 받았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제작지원 BNK, 한국주택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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