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대학 강의 플랫폼
- 접속 안 되거나 재생 오류 속출
- 부산대 ‘플라토’ 3시간 장애
- 동서대도 부랴부랴 서버 증설
- 동아대는 로딩 지연 등 해프닝
- 교수·학생 원격 강의 적응 진땀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부산지역 대학이 1학기 전체 강의를 동영상으로 청취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상 첫 ‘온라인 개강’이 이뤄진 첫날 학생들이 몰리면서 접속장애와 지연 등 문제가 속출했다.
■온라인 개강 첫날부터 버벅
부산대는 16일 오전 약 3시간 동안 인터넷 강의 사이트인 ‘플라토’에 접속장애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이날 오전 9시 인터넷 강의 청취가 가능해지면서 학생 약 2000명이 동시에 플라토에 접속하자 사이트 연결이 제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찾아 사이트를 안정화하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됐다. 플라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 캠퍼스 개강이 늦춰지면서 만들어진 부산대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이번 학기에 개설하는 6000개 과목의 온라인 수강을 비롯해 강의자료 확인, 과제 업로드 등이 가능하다. 부산대는 2억7000만 원을 들여 지난 9일 플라토를 열었다.
특히 서버를 기존 4대에서 10대로 증설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결합해 동시접속자 2만 명을 소화할 수 있게 디자인했는데, 강의가 시작된 첫날 예기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부산대 백윤주 정보화본부장은 “구조상 학생이 서버에 접속하면 서버가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접속 시간대가 분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 작동’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윤 본부장은 “이렇게 많은 학생이 학교 밖 인터넷망을 통해 학교 서버에 접속하는 것은 부산대 서버가 열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일반 홈페이지 속도 저하, 동영상 끊김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중이며 이른 시간 안에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도 학생도 아우성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열린 첫날 부산대를 제외한 다른 지역대학에서도 문제가 속출했다. 동서대 재학생 1만4000여 명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접속장애 문제를 겪어야 했다. 홈페이지가 너무 느려 동영상을 들을 수 없다는 재학생 비난이 빗발쳤다. 동서대 측은 문제가 발생한 지 1시간 만에야 온라인 공지를 통해 “시스템 폭주로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 기다렸다 접속해달라”고 알렸고, 뒤늦게 서버 증설 작업을 통해 접속장애 문제를 고쳤다. 한국해양대에서도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접속장애 문제가 나타났다.
동아대는 접속장애는 없었지만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동영상 강의 로딩 시간이 늘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강의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화면이 좌우 반전된 채 재생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교수의 필기 내용이 좌우가 뒤바뀐 채 송출되는 바람에 학생들은 중간중간 화면을 멈추고 받아써야 했다.
접속장애·지연 문제 이외에도 처음 경험해보는 온라인 개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해양대 재학생 이모(여·21) 씨는 “일부 교수는 동영상 강의마저 제공하지 않은 채 문서 자료와 시험, 과제만 가지고 학기를 때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동영상 강의를 업로드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이 학교 A 교수는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일부 과목은 자료와 과제만 제시하고 시험을 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10년 넘게 재직 중이지만 강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건 처음 경험한다. 이에 따른 요구사항이 많아 교수도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항변했다. 다른 대학 교수들도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학생의 반응을 보고 즉각 질문하며 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업하는 기존 강의 방식을 완전히 벗어난 형태여서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을 하라는 학사 운영 권고안을 내면서 각 대학이 일괄적으로 온라인 강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대학 개강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시작에 따른 혼선이 이처럼 곳곳에서 빚어지지만 오프라인 공간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 대학교육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민주 최지수 기자 min87@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