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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89> 통영 추봉도 와다리길

눈부신 다도해·‘사그락~’ 몽돌 소리 벗삼아 걸으니 근심도 사르르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5 19:10:5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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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도와 추봉교로 연결된 섬
- 대마도 정벌 전초기지 역할
- 한국전쟁 포로 수용 아픔 간직

- 와달봉 아래 마을길 ‘와다리길’
- 3.5㎞의 길 초입은 시멘트 임도
- 산림 빽빽한 오솔길 접어들면
- 나무 틈새로 죽도·용호도 손짓
- 작은 사찰 한산사 쪽 전망 최고

삼도수군통제영(조선시대 해군사령부)이 최초로 들어섰던 경남 통영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된 추봉도. 이 추봉도의 ‘와다리길’은 통영시가 추천하는 ‘걷기 좋은 길 18선’ 중 한 코스다. 추봉보건진료소에서 한산사를 거쳐 봉암몽돌해수욕장에 이르는 3.5㎞ 구간으로 1시간 코스다. 와다리라 불리는 유래는 섬의 와달봉 아래에 있는 조그만 외딴 마을이라 해서 일컬어졌다.

길은 걷는 내내 왼쪽 편으로 그림 같은 바다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 죽도와 용호도가 지긋이 누워 손짓하고, 섬들이 점점이 이어져 가히 절경이다. 길은 오르막 내리막없이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편안하다. ‘와다리길’을 걷기 위해서는 먼저 한산도로 가야 한다.
   
‘와다리길’은 숲에 취하고 아름다운 바다풍경에 취하는 길이다. 만곡을 따라 1㎞ 가량 펼쳐진 봉암몽돌해수욕장과 봉암마을 전경.
■섬 언덕배기 개미허리 비경 환상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선을 타고 한산도로 가는 뱃길은 운치가 있다. 한려수도를 이루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사방에 점점이 흩어져 있어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물살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유연하다. 섬 도착에 앞서 바다 위에 떠있는 ‘거북 등대’는 한산도가 충무공의 숨결이 서린 역사 현장임을 알려준다. 배를 탄지 25분 만에 한산도에 도착한다. 뒤로 돌아보니 통영국제음악당과 금호마리나리조트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지척이다.

선착장에서 왼쪽 도로가 마을이 형성된 면소재지로 향하는 길이다. 선착장 오른쪽 길은 섬의 필수관광코스인 한산도 제승당(사적 113호)이 자리잡고 있다.

   
선착장에서 차량으로 10분 가량 달리면 한산도 면소재지인 진두마을이 나온다. 이 곳에서 추봉도까지 연도교로 연결돼 있다. 길이 400m인 ‘추봉교’는 2007년 준공됐다.

추봉교를 건너 왼편으로 다시 5분 가량 달리면 ‘와다리길’의 초입인 추원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추원마을은 조선시대 세종 원년에 감행된 이종무 장군의 대마도 정벌 때 조선수군의 최종 출발지였다고 전해진다.

이 마을의 추봉보건진료소 뒤 언덕배기가 출발지다. 마을 진입은 길이 좁아 차량 운전시 조심해야 한다. 마을 언덕배기는 추봉도의 개미 허리에 비유된다. 언덕배기에서는 추원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경이 좋은 곳이라 펜션이 자리잡고 있고, 펜션 맞은편으로 작은 몽돌해변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나무덱이 정비돼 있다. 길 초입은 시멘트 임도라 다소 아쉽다. 하지만 개미허리에서 바라보는 양쪽 바다의 비경은 환상적이다.

■새소리 파도소리 벗삼아

   
한 탐방객이 오솔길 구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길은 곧 푹신한 오솔길로 접어든다. 와다리길은 추원마을에서 봉암몽돌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로, 원래 중간 쯤에 5가구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975년 정부의 독립가옥 이주대책에 의해 모두 이주됐다고 한다. 옛날에는 산길이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통영시가 산책로 조성에 나서 지금은 오솔길 폭도 넓어지고 잘 정비돼 있다.

오솔길 오른편으로는 산림이 빽빽히 우거져 있고, 왼편으로는 끝없이 바다가 펼쳐져 있다. 간혹 왼편으로도 산림이 우거져 있으나 그 틈새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길 주변에는 각종 야생화들도 눈에 띤다. 산림이 우거져 지저귀는 새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소리는 길을 걷는 내내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바다 건너 죽도와 용호도가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눈과 귀가 즐겁다. 당일 취재하는 날이 공교롭게도 부슬비가 내리는 날이라 바다 건너 해무가 깔렸는데 섬을 감싸고 도는 몽롱한 비경이 압권이다.

새소리 파도소리를 벗삼아 걸으니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 길의 중간 즈음에는 조그만 암자인 한산사가 자리잡고 있다. 노승인 석천스님이 탐방객을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사찰은 석천스님이 50여 년 전에 창건했다. 조선시대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침입 등 동태를 감시하는 망루자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이 곳에서는 섬들이 점점이 펼쳐져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와다리길’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명당자리다. 사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찰 소유의 배가 2척이나 있고 배 안에 법당을 마련하고 방생법회를 개최하면서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다.

■몽돌 소리에 사라지는 근심

   
봉암몽돌해수욕장의 ‘사그락 사그락’ 구르는 몽돌소리는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 사찰부터 봉암해수욕장까지는 또다시 시멘트 임도다. 그래도 왼편으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어 걸음걸음은 마냥 즐겁다. 저 멀리 목적지 봉암해수욕장과 그 뒤로 한산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내 봉암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만곡을 따라 1㎞ 가량 펼쳐진 몽돌해변으로, 파도가 몽돌에 부딪히며 내는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정겹다. 잠시 앉아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상쾌해 진다. 이 곳 몽돌이 수석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바로 그 유명한 봉암수석이다. 지금은 철저하게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해변 앞으로는 봉암마을이 촌락을 이루고 있다. 해변에 따로 산책로를 조성해 해수욕과 해변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물이 맑고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함께 할 수 있는데다 복잡하지도 않아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해수욕장 앞에는 비나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큼지막하고 튼튼한 차광막과 평상을 마련해 놓았는데 때마침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 4명이 그 곳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

이 곳은 지금 시기에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섬 마을 풍경이지만 여름철이면 아는 사람들만 즐겨 찾는 숨겨진 명품 해수욕장이다.

‘와다리길’은 숲에 취하고 아름다운 바다풍경에 취해 1시간이라는 탐방코스가 금세 지나가버릴 정도다. 숲길을 걸으면서 바다 건너 보석 같은 섬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몽돌 구르는 소리에 귀기울이면 그것이 바로 힐링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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