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한 건물에 직원 숙소 둬
- 2주 간격 두고 화재 연이어 발생
- 밀폐된 건물 내 전기시설 많고
- 불 번지기 쉬워 대형참사 우려
- 법적 문제 없어 직원·주민 불안
20일 오후 부산 서구 암남동 A사의 냉동창고 1층 하역장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지난 6일 밤 발생한 화재 탓이다. 지상 11층짜리 건물이었지만 대부분의 층이 창문 하나 없이 밀폐돼 있었다. 사고 당시 대피한 28명 중 숨진 이가 없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보였다. 20일 불이 난 인근 B사를 비롯해 다른 냉동창고도 모두 같은 구조였다. 길을 지나던 한 냉동창고 노동자는 “냉동창고와 숙소가 한 건물에 있다 보니 불이 날까 늘 불안하다. 불이 나면 제때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1998년 ‘범창콜드프라자’ 냉동창고에서 불이나 내부 작업 중이던 노동자 2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던 부산 서구 암남동 일대에서 최근 화재가 잇달아 발생해 노동자, 주민의 불안감이 커진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20일 새벽 1시30분 서구 암남동 3층짜리 B사 냉동창고 1층 기계실에서 전기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기계실 절반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화재는 30분 만에 진화됐으나 이 사고로 자체 진화에 나섰던 네팔 국적 직원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바로 옆에 있는 A사 냉동창고에서 불이 난지 14일 만이다.
부산 서구 집계 결과 감천항과 인접한 암남동, 남부민동 일대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 내부 냉동창고, 단독 냉동창고 등 33개 냉동창고가 있다. 냉동창고는 전기 시설이 많아 화재가 발생하기 쉽고, 번지기는 더 쉬운 구조다. 창고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다가 1층 하역장과 각 층의 냉동창고가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1층에서 난 불이 승강기를 통해 순식간에 위층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냉동창고 건물 내 직원 기숙사가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지자체(구·군)의 심의·허가만 있으면 창고와 주거시설은 함께 지을 수 있다. 화재 위험에 항상 노출된 위험천만한 냉동창고 내 기숙사를 짓는 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A사 냉동창고 화재 때 건물 2층과 10층 기숙사에는 외국인 근로자 26명이 지내고 있었다. 당시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게 소방 측의 설명이다. 서구 관계자는 “불법 용도변경을 하는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된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관내 냉동창고 전체를 대상으로 불법 용도변경은 물론 불법 증축, 피난시설 관리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업장 내 숙박시설 설치 자체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점검에서 화재 예방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소방서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암남동 10곳의 냉동창고를 대상으로 화재 안전 특별조사를 시행한 결과 10곳 모두 개선 명령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소화기나 전기 누전차단기 미설치 등 사소한 부분만 어겨도 개선 조처가 내려진다. 다만 점검한 곳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히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