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찜통 기관실 일하다 숨진
- 목포해양대 실습생과 판박이

- 해기사 되기 위한 필수 교육과정
- 위험한 승선 업무 … 사고 다반사
- 선사 관리소홀 대학에 비판 쏠려

한국해양대생이 해외에서 승선 실습을 하던 중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목포해양대생이 실습 중 숨진 지 3년 만에 유사한 사고가 나면서 대학이 열악한 실습 환경의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다.

부산 해양경찰서는 지난 9일(현지시간) 말라카해협을 지나던 반잠수형 굴착선(1만7000ｔ) A호의 기관실에서 한국해양대 3학년 진학을 앞둔 실습 기관사 정모(21) 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다가 다음 날 숨졌다고 11일 밝혔다. 해경은 “‘기관실에서 작업하던 정 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는 국내 선사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들도 유족 및 선사 측과 함께 이날 시신이 있는 인도네시아 메단으로 출국했다.

정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해 6개월간 실습을 했다는 재학생 조모(23) 씨는 “다뤄 본 적도 없는 고전압 기계 관리를 맡아 감전과 열사병 위험에 늘 노출됐고, 실습생 사이에서 화상이나 절단 사고는 비일비재했다. 근무 환경 자체가 워낙 위험한데 선사 직원이 실습생에게 무리한 업무를 요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게 문제”라며 “하지만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은 한 달에 30만 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대부분 비슷한 상황을 겪지만 실습을 해내지 못하면 취업이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에는 목포해양대 실습생 장모(23) 씨가 카타르 해안에서 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장 씨는 더위가 극에 달한 환경에서 물탱크 청소를 하는 등 매일 12시간을 일하다 숨졌다. 검찰은 근무 규정을 어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해당 선박의 선장을 구속기소했다.

해양대의 해사대 소속 학생은 3학년이 되면 모두 승선 실습을 1년 동안 받아야 한다. 승선 경력이 있어야 해기사(항해사·기관사)가 될 수 있어 대학의 교육과정 자체에 실습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와 외부 선사의 실습선에서 각각 6개월 근무한다. 정 씨도 지난 5일 국내 해상운송업체 선사를 통해 파나마 국적의 A호 실습 기관사로 승선했다.

졸업생 김모(28) 씨는 “(실습 기간) 정 씨처럼 기관실에서 작업했는데 보통 기관실 온도가 45도에 달한다. 더운 지역을 지날 때면 아찔했다”며 “해양대생의 안전을 책임지고 교육해야 할 주체가 대학인데, 학교는 학생이 실습을 나가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소속 학생의 실습 환경을 개선하려는 대학의 노력은 미흡하다. 한국해양대는 실습생의 안전 교육을 위해 선사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 설명회를 개최하고 실습생 교육 매뉴얼을 전달할 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실습생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상담을 받는다고 밝혔지만 체계적인 상담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규모가 큰 선사 위주로 실습을 맡기지만 해외에 있는 많은 선박의 환경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 실습을 마친 학생을 통해 선사 환경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다만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반을 꾸려 매뉴얼을 점검하고 선사에 공문을 보내 실습생 안전관리를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