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컬레이터 공약 내건 전재수
- 박민식은 승강기 추가 약속 맞불
- 서로 “왜 진작 못 했냐” 설전도

오는 4월 부산 북강서갑 선거구에서 네 번째 빅매치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민식 전 의원이 선거구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철도 덕천역을 무대로 격돌했다. 이들은 덕천역에 승강기 등 추가 이동수단이 확보되지 않은 것을 두고 거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9일 부산도시철도 2, 3호선 환승역인 덕천역에서 구포시장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승강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임동우 기자

전 의원과 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 도시철도 2, 3호선 환승역인 덕천역의 이용객을 위한 이동수단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29일 일제히 밝혔다. 구포시장과도 연결된 덕천역은 사실상 이 지역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운집하는 곳으로, 선거운동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덕천역은 구포시장에 오일장이 열리면 인산인해가 되지만 구포시장으로 향하는 출구의 이동수단은 계단을 제외하고는 고작 승강기 한 대뿐이다. 종일 승강기 대기 행렬이 20ｍ에 달하고, 승강기 탑승을 놓고 사소한 시비가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등 추가 이동수단의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부산교통공사에 빗발친다. 하지만 지하에 고압전선 등 매설물이 많아 공사가 쉽지 않다는 게 교통공사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의 사정은 물론 지상 공간도 좁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산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승강기 설치 여부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포시장 박용순 상인회장은 “덕천역 추가 이동수단 확보 문제는 북구 주민뿐만 아니라 구포시장 고객, 상인의 관심사다”며 “총선 전 두 후보를 만나 조속한 사업 시행을 부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0대 주민 A 씨는 “이 문제야말로 주민을 위한 생활형 현안으로, 뜬구름 잡는 정책보다 이를 해결할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전 의원은 덕천역 내 승강기를 추가하는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의원은 “승강기 1대를 추가해도 혼잡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전문가 자문 결과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지난해부터 부산교통공사 사장과 꾸준히 논의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전 의원은 조속히 승강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맞섰다. 박 전 의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다수가 겪는 불편을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는 게 정치인의 책무”라며 “3선 의원이 되면 국·시비 확보는 어렵지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 전 의원의 선거 캠프는 최근 SNS에서 “지난 4년간 승강기로 하나 설치하지 못했냐”는 취지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전 의원은 “앞서 8년간 국회의원을 할 때는 (박 전 의원이) 이 문제를 방치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지난 4년을 운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발끈했다.

이에 앞서 양측은 지난해 4월 도시철도 3호선 숙등역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것을 놓고도 한바탕 신경전을 펼쳤다. 당시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 시·구의원을 통해 횡단보도 설치를 홍보하자 박 전 의원과 한국당 구의원이 이에 반발하는 등 양측이 ‘현수막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