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아이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던 부산 서구 암남동 옛 알로이시오교가 미래교육 거점으로 재탄생한다. 바로 옆동네인 남부민동에서는 14일 나눔 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고 이태석 신부의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암남동~남부민동 일대를 연결해 ‘부산 나눔로드’를 만들자는 요구가 높다. 부산시도 민간단체와는 별도로 이태석 신부 정신계승을 위한 사업 발굴에 나섰다.
부산시교육청과 학교법인 소년의집은 부산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체험 교육을 시행할 ‘알로이시오기지 1968’의 오는 12월 개관을 앞두고 완성된 밑그림을 14일 공개했다. 기지는 2016년과 2018년 각각 폐교된 알로이시오중·고교의 부지(전체 1만5000㎡)에 조성되며, 신축 1개동, 기존 학교 건물 개보수 2개동 등 3개동이 들어선다. 시교육청(75억 원)과 운영을 맡은 소년의집(25억 원)이 모두 100억 원을 투입,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1968은 학교 설립자였던 알로이시오 신부가 암남동 일대에서 아동을 위한 복지사업을 시작한 연도를 말한다.
기지는 특히 원도심과 서부산지역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와 학년제를 지원해 동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제도인데, 원도심과 서부산에는 연계 시설과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양질의 수업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지에는 스마트 팜(농축수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농업 시스템), 목공예실, 제빵실, 요리실, 메이커 스페이스(3D 프린터를 활용한 창작활동 지원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강좌와 소외 계층을 위한 지원활동도 할 계획이어서 나눔을 실천하는 거점시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외된 이들에게도 공정한 교육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신념을 이어받아 문을 연 알로이시오교가 재탄생하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재성 알로이시오기지장은 “대규모 시설이어서 부산 전역의 학부모와 학생, 교사로부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부민동 일대에는 이태석 신부 기념관과 생가를 포함한 톤즈문화공원 조성이 한창이다. 14일 이태석 신부 기념관이 문을 열었고 오는 6월에는 신부의 생가와 어울림마당 등을 포함한 1708㎡ 규모의 문화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옛 알로이시오교와 이태석 기념관을 묶어 이 일대를 ‘나눔과 봉사’의 상징적 장소로 만들자는 지역사회의 목소리에도 탄력이 붙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이태석 기념관 개관식에서 “민선 7기 들어 강조하는 점 중 하나가 부산을 나눔과 봉사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신부처럼 고결한 삶을 사신 분의 이야기가 구심점이 될 것이다. 그를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