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다양성계약 큰 효과
- 부산시도 서식지보호 등 고민을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에서 월동 중인 철새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14면 보도)된 것과 달리 부산을 찾는 겨울 철새 개체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낙동강 하구임에도 불구하고 경남을 찾는 철새는 늘고 부산 방문은 지지부진한 것이다. 부산도 낙동강 철새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을 찾는 겨울 철새의 개체 수가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5일 사하구 을숙도 남단에서 천연기념물 고니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을숙도생태공원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는 지난달 셋째 주 기준으로 낙동강 하구 철새는 약 5만6000마리, 80종 이상이 관측됐다고 13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의 동시센서스 연구 집계 결과에서도 지난해 1월 낙동강 하구를 포함, 부산지역을 찾은 겨울 철새 수가 5만725마리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로 줄어든 수치다. 부산을 가장 많이 찾은 철새는 청둥오리(7742마리)이며 물닭(4466마리), 괭이갈매기(4187마리)가 뒤를 이었다. 지난 4년간 부산의 겨울 철새 수는 2016년 5만1312마리, 2017년 5만6262마리, 2018년 5만8330마리로 일부 등락은 있지만 5만 마리 대를 꾸준히 유지한다. 하지만 7만2486마리를 기록한 2013년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철새 수가 급증한 화포천 습지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김해시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 집계를 보면 최근 겨울을 나기 위해 화포천 습지를 찾은 월동 철새가 1만여 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00여 마리에서 두 배 이상 늘었고, 1월 중 월동 수로는 지난 15년 중 최대치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는 2017년 화포천이 국가습지로 지정된 이후 생태계 복원에 힘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해시가 시행 중인 ‘생물 다양성 계약’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다양성 계약은 지자체가 농가와 계약을 맺어 추수 시기에 떨어진 곡식을 철새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부산은 하천 정비 등으로 낙동강 주변 농경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대규모 다양성 계약이 힘든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는 인위적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부산에서는 삼락 맥도 을숙도 3곳에 보리밭을 조성하는 등 먹이를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작업을 한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면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농경지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근본 방안으로는 서식지 보호가 최우선으로 거론된다. 최근 낙동강 하구 등 서부산 일대는 신도시 건설이나 교량 건설 확대 등 개발 사업이 대거 진행된다. 김해공항 운항편수 확대도 철새 서식을 위협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화정 박사는 “대규모 개발은 철새 서식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서구 등 낙동강 하구 인근 지역이 대규모 개발되는 게 철새 수 감소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식지 위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을 통한 확대라는 속성이 있는 도시 특성과 충돌하는 한계도 분명한 실정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