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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85> 합천 정양늪 생명길

개발 압력 이겨낸 생태관광지… 사람·자연 공존의 징검다리 놓다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20-01-12 19:06:2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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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영상테마파크 가는 도로변
- 사계절 다채롭게 즐기는 둘레길
- 총연장 3.2㎞ 도보 1시간 걸려
-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등 서식

- 흙길·나무덱… 삼색 산책로
- 황톳길 맨발로 추억여행 묘미
- 철새 탐조·꽃터널 흥미 더해
- 징검다리선 물속 생태계 관찰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 위치한 ‘정양늪 생명길’은 사계절에 따라 걷는 즐거움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이다. 정양늪은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경상남도 습지보전실천계획’에 따라 도내 우수습지로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생태 둘레길’이다. 합천군이 ‘합천 활로’로 지정한 8개 둘레길 가운데 6번째 둘레길인 ‘정양늪 생명길’은 늪의 건강한 생태가 알려지고, 편의시설도 확충되면서 탐방객도 차츰 늘고 있다.
   
경남 합천지역 둘레길 가운데 한 곳인 ‘정양늪 생명길’을 찾은 탐방객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민용 기자
■개발압력 이겨낸 생태계 보고

합천읍에서 진주시 방면으로 시가지를 지나 정양로터리에서 100m 쯤 가면, 왼쪽에 보이는 드넓은 습지가 정양늪이다. 정양늪을 이루는 물줄기는 아천천이다. 합천군 용주면에서 발원해 황계폭포를 만든 황계천을 지나 남동쪽으로 흘러내리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튼 아천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강과 만나는 너른 지점에 만들어 놓은 습지가 바로 정양늪이다. 정양늪 일대는 전체 88만6600㎡(습지 면적 41만㎡) 규모다. 합천 도심지와 가까운 데다 합천댐이 들어서면서 물살이 느려지고 바닥이 얕아지자 한때 개발 압력이 거셌던 곳이다. 그러나 군은 개발보다는 자연생태계 보존으로 가닥을 잡았고 2006년부터 생태공원조성사업과 생태교육관 등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합천지역 대표 생태환경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정양늪의 생태계는 습지 규모와 비교해 생물종의 다양성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식물류는 가시연, 수련, 줄, 갈대, 마름, 어리연, 물옥잠 등 104종이 있다. 어종류는 멸종위기종인 모래주사를 비롯해 32종이 서식하고 있다. 포유류는 고슴도치와 너구리 등 12종이 확인됐고, 조류로는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를 비롯해 큰기러기 말똥가리 등 45종이 있다. 이밖에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의 서식도 확인됐다.

‘정양늪 생명길’이 타지역 둘레길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은 비결은 인근 관광지와 연계성 때문이다. 여름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황강여름축제가 열려 가족 단위의 탐방객이 많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정양늪을 찾는 철새를 보려는 탐방객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다 합천댐과 합천영상테마파크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정양늪 생명길을 둘러보는 경우도 많다. 봄·가을 역시 황매산 철쭉제와 억새축제 관광객이 가볍게 다녀가는 산책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보고, 느끼고, 즐기는 삼색 둘레길

   
징검다리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탐방객들.
정양늪 생명길은 총연장 3.2㎞로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원래 길이 없던 습지에 탐방코스를 만든 만큼 생명길은 황톳길과 나무덱, 흙길 등 다양한 산책로를 갖췄다. 생태학습관 주차장을 출발해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에 접어들면 붉은 황톳길이 1㎞ 정도 이어진다. 황톳길은 적당한 크기의 알갱이로 조성해 겨울을 제외하곤 맨발로 탐방하는 관광객도 많다. 건강을 챙긴다는 명분으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다 보면 건강보다는 맨발로 천방지축 뛰놀던 어린시절 추억에 잠긴다.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눈으로 추억여행을 했다면, 정양늪 생명길에서는 발바닥 감각으로 또 한번 추억여행을 하는 셈이다. 황톳길 중간중간에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관찰대와 꽃터널을 만들어 단조로운 둘레길에 풍성함을 더했다. 황톳길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짧은 길이지만 아이들에게 물속 생태계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징검다리를 지나면 흙길에 잔디 블럭을 깐 길이 1.7㎞ 정도 이어진다. 정양늪 가운데 유일하게 야산과 맞닿은 곳이어서 일반적인 산책로로 조성했다. 이 구간에는 별도의 시설을 만들지 않았다. 이 구간만큼은 연인 또는 가족이 한적한 산책의 즐거움을 오롯이 누리도록 인위적인 시설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장군주먹바위를 지나 또 한 번 징검다리를 건너면 나무덱이 나온다. 500m 구간에 설치된 나무덱은 ‘정양늪 생명길’을 돋보이게 하는 코스다. 정양습지의 생태계 관찰이 쉽도록 설치한 길이다. 이 구간에는 수련, 꽃창포, 돼지감자 등 대표적인 수생식물 군락지를 관찰할 수 있다. 나무덱길 중간 중간에 관찰 편의를 위해 별도의 공간과 학습판을 설치했다. 둘레길 구간 중에 가장 짧지만 가장 볼거리가 많아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코스이기도 하다. 둘레길 탐방이 끝나면 몸도 녹일 겸 생태교육관을 둘러보자. 아기자기한 소품과 볼거리가 무료로 제공된다.

‘정양늪 생태길’이 조성되기 전 정양늪은 3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개발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갖춘 곳이었다. 이때문에 생태공원보다는 지역개발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양늪 생명길’은 개발의 압력을 넘어 자연과 공존을 길을 택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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