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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1-2> 서울의 달- 부산 ‘탈출’ 이유 있다

부산청년, 좋은 직장 찾아 ‘인서울’… 살 집 찾아 ‘인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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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해도 성공 못해’ 깊은 절망감
- 10년간 부산청년 졸업생 4만여 명
- 한 줌 희망찾아 서울·경기로 이동
- 세종·인천·대전·충남·충북·강원
- 직업구하러 떠난 비율 절반 넘어

- 부산서 직장생활 1985년생 다수
- 결혼후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면
- 경남 창원·양산·김해 등서 정착

최근 ‘꼰대’ 사이에서 1990년대생과 선 긋기가 유행이다. ‘요새 젊은 것들은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이는 청년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똑같이 힘든 처지에 ‘노오력’ 대신 불만만 앞세워 ‘탈조선’을 부르짖으니 영 보기가 싫다. ‘나 때는 그러지 않았다’고 충고했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이런 탓에 작가 임홍택의 책 ‘90년생이 온다’는 집필 의도와 다르게 쓰인다. 청년을 이해하는 용도보단 ‘요새 청년’을 별종으로 만드는 데 활용된다. ‘왜 너희는 우리와 다르냐’고 묻는다.
   
정말 다른 건 ‘사람’이 아니라 ‘사회’다. 기성세대는 사회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봤다. ‘노오력’하면 중산층이 될 거라 믿었다. ‘탈조선’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2005년 공개한 ‘전환기 한국사회조사’에는 기성세대의 인식이 엿보인다. 1986~1990년 전국 일반인 118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기성세대는 ‘1970년대와 비교해 생활 수준이 좋아졌다’는 질문에 805명(68.1%)이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기준으로 5년 뒤 경제적으로 중위권 이상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믿은 응답자는 859명(72.6%)이었다. ‘이민하고 싶다’는 물음에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는 888명(75.2%)에 이르렀다. 경제는 발전하고, 정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던 시대였다.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이 살아온 34년간 우리 사회는 군사정권의 종식,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 저성장의 장기화 등을 겪었다. 민주화 이후 사회는 청년에게 ‘네 꿈을 펼쳐라’고 명령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청년이 좌절하게 했다. 나만의 꿈을 펼쳤다간 비정규직·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낭떠러지에 빠질지도 몰랐다. 그러니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 ‘노오력’과 ‘탈조선’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과 잠시나마 싸워본 청년이 스스로 자조하는 말인 셈이다.

이마저도 진짜 문제는 아니다. 청년 절망의 가장 깊은 곳에 지역 청년이 있다. 부산 청년은 한 줌도 안 되는 희망을 찾아 서울로 향한다. ‘탈조선’ 대신 ‘탈부산’을 꿈꾼다. 청년이 바라는 경제·문화·인적 인프라가 모두 ‘수도권 공화국’에 집중된 탓이다.

■‘수도권 공화국’에 몰린 꿈

자연스레 지역 청년의 꿈은 ‘서울러(서울 사람)’가 됐다. 기왕이면 잘나가는 서울 사람을 꿈꾼다. 김지혜A의 청년기는 그런 꿈의 결정체다. 부산 영도구 출신인 그녀는 1985년 아버지가 한 달 200만 원을 버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다. 김지혜A는 능력이 있었다. 공부를 잘해 외국어고에 입학한 그녀는 2004년 서울 4년제 대학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잘나가는 서울러가 되는 데 매진했다. 완벽한 스펙이 필요했다.

토익 점수 925점, 학점 3.9점(4.5점 만점)을 갖췄다. 자격증도 자산관리사를 비롯해 무려 7개나 땄다.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성적부터 자격증, 어학, 심지어 외모까지 중요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고 봤다. 그만큼 노력도 쏟았다. 그 결과 금융계 기업 5곳에 최종 합격했다. 선택권이 생긴 그녀는 연봉과 고용 안정성 등을 꼼꼼히 따져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2008년 9월 지금의 직장에 입사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금융계 회사다. 1년 차 때 받은 연봉이 3600만 원이었다. 이후 서울 마포구에 새집을 얻어 완벽한 서울러가 됐다.

2009~2018년 10년간 통계청의 인구 이동 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김지혜A처럼 이 기간 부산에서 서울로 옮긴 1985년생 7782명(1985년생의 자발적 이동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본인이 세대주이거나 혼자 주거지를 옮긴 사례만 계산) 중 직장을 찾아간 인원은 4134명(53.1%)이다. 이들이 전입한 시·도별로 부산을 빠져나간 사유가 ‘직업’인 비율은 세종(62.5%)이 1위, 충남(57.4%)이 2위, 제주(56.8%)가 3위다. 그 뒤를 강원(55.0%) 경기(54.1%) 서울이 잇는다. 꼴찌는 광주(31.4%)다. 인원수로는 서울이 단연 1위다.

꼭 서울이 아니어도 ‘수도권 공화국’ 시민으로 사는 방법이 있다. 1985년 부산 금정구에서 태어난 김지혜B를 보자. 그녀는 3수를 거쳐 서울의 한 사립대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왔다. ‘서울러 되기’의 첫 단계인 ‘인서울’을 이뤄냈지만, 경기 성남시의 한 조명 장치 제조업체에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집도 성남시에 구했다. 26세(이하 만 나이)인 2011년 2월 졸업해 1년가량 구직 끝에 얻은 직장이다. 20곳의 회사에 지원해 어렵게 입사했다. 회사는 김지혜B에게 한 달 210만 원을 준다. 그녀처럼 일자리를 찾아 부산에서 경기로 떠난 김지훈·김지혜 씨는 10년간 2432명에 달한다.

■부산에 살지 않는 ‘부산 사람’

경남은 최근 10년간 부산지역 김지훈·김지혜 씨가 가장 많이(1만610명) 옮겨간 지역이다. ‘직업’보단 ‘가족’을 위해 경남으로 떠난 이가 많다. 10년간 4230명(39.9%)이 ‘가족’을 이유로 이동했다. 직업을 구하러 경남으로 간 김지훈·김지혜 씨는 3819명(36.0%)이었다. 부산에서 16개 시·도별로 전입한 사유 중 ‘가족’의 비율이 ‘직업’보다 높은 곳은 경남과 광주(34.5%) 두 곳뿐이다.

부산 사하구에서 태어난 김지훈A의 삶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상업계고를 졸업한 그는 2003년 부산의 한 2, 3년제 전문대 인테리어·디스플레이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6년 만인 2009년 10월 부산 강서구의 기계 제조업체에 금속공작기계 조작원 인턴으로 취직했다. 월급 160만 원의 박봉이지만, 적어도 잘릴 일은 없었다. 이듬해 2월에는 정규직이 됐고, 한 달 뒤 대학 때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녀가 태어났다.

평생 부산에서 살아온 김지훈A는 27세(2012년)에 경남 창원시로 이사했다. 직장과는 차를 타면 20분 거리다. 회사가 지원하는 통근버스로 출·퇴근한다. 가정을 이룬 만큼 평생 뿌리내리고 살 둥지를 마련해야 했다. 직장과 적당한 거리에 있으면서 집값 부담이 적은 곳이 필요했다. 김지훈A의 경남행은 ‘부산 사람’으로 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주택’도 김지훈·김지혜 씨가 경남으로 간 주요 이유다. 이들이 구직에 나섰던 24~30세(2009~2015년)에 경남으로 간 김지훈·김지혜 씨 중 주택을 구하기 위한 비율이 12%를 넘은 해는 없었다. 가족이 생긴 무렵인 32~33세(2017~2018년) 때는 각각 20.8%와 18.3%로 급상승했다.

경남 중에서도 특히 부산 인근 지역에 청년 졸업생의 이동이 집중됐다. 경남으로 간 김지훈·김지혜 씨는 창원시에 2612명(24.6%), 양산시에 2239명(21.1%), 김해시에 2132명(20.1%), 거제시에 1401명(13.2%)이 자리를 잡았다. 경남 8개 시, 10개 군 가운데 이 4개 시로 이동한 사례가 79%로 압도적이다.

부산에서 전국 16개 시·도로 전출한 전체 1985년생 가운데 그 이유를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평균 28.4%다. 경남·광주 이외에 울산(37.1%) 경북(31.7%) 대구(34.2%) 전남(35.0%) 전북(35.0%)은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대부분 시·도에서 31세(2016년) 때 ‘가족’ 응답률이 가장 높다. 이 해 울산은 43.8%를 기록해 ‘직업’(42.9%)보다 ‘가족’을 이유로 한 전입이 더 많았다. 같은 해 전남도 ‘가족’ 비율이 48.6%로 ‘직업’(37.8%)보다 높았다.

경북은 39.2%, 대구는 42.1%, 전남은 48.6%를 기록했다. 전북은 29세(2014년)와 33세(2018년) 때 50.0%로 정점을 찍었다. 다른 시·도에서 부산으로 들어와 청년기를 보낸 1985년생 상당수가 부산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귀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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