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기·약통 등이 놓인 천막으로
- 농성 당시 모습 고스란히 재현
- 철거 대집행 후 힘든 마음 표현
8일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 백산홀에 천막이 들어섰다. 천막 안에는 각종 식기도구와 라면, 기타, 화투, 약통 등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집이나 다름 없는 장소였다. 바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했던 ‘밀양 할매’들이 사용했던 농성 천막이 현장 모습 그대로 들어선 것이다. 천막 옆에는 ‘할매’들이 직접 만든 산속 화장실과 반려견 ‘용식이’집도 볼 수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밀양 할매·할배’가 그린 자화상과 송전탑 등 각종 그림 80여 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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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 백산홀에 들어선 ‘밀양 할매’들의 농성 천막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당시 경찰의 접근을 감시하기 위한 ‘보초용 텐트’(사진 오른쪽)도 전시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부산·울산·경남의 60여 개 시민단체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이곳에서 ‘밀양 할매·할배’들의 그림 전시회 ‘송전탑 뽑아줄티(‘줄테니’의 경남 사투리), 소나무야 자라거라’를 연다. 지난해 9월 서울 전시회와 달리 부산에서는 천막 농성장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농성장 재현을 위해 ‘할매’들이 직접 밀양에서 나무와 흙, 낙엽 등 당시의 ‘디테일’을 살린 물건을 가져왔다. 이날 오후 7시에는 ‘밀양 할매’ 30명이 전시회장을 찾아 관람객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밀양 할매’들의 그림은 2014년 6월 11일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이후 현지에서 구술작업을 하고 있던 연세대 김영희(국어국문학)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행정대집행 이후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할매’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붓을 들었다. 2017년과 2018년 밀양 8개 마을에서 45명이 그림 그리기에 참여했다. 미술가 이충열·이영주 씨가 도왔다.
한국전력공사의 밀양 765㎸ 송전탑 건설 공사는 신고리핵발전소 3·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로 수송하기 위해 송전선로를 놓는 공사였다. 밀양 주민은 전자파 등을 이유로 건설을 반대했지만, 2014년 경찰은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이유로 송전탑 반대 주민을 진압했다. 결국 송전탑 공사는 강행됐다. 현재 밀양시 5개 면에 송전탑이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는 갈갈이 찢겼다. 반대 주민은 송전탑 철거를 넘어 탈핵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희 교수는 “처음에는 할매들이 물감이 아깝다며 그림 그리기를 주저하셨지만, 어느덧 그림 그리기에 빠져 들었다”며 “할매들은 송전탑을 그릴 때에도 항상 꽃과 나무 등 자연을 빼놓지 않고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연대와 지지는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