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할 곳 많아 올리려 해도
- 장학금 박탈·학생 반대에 눈치

등록금이 올해로 12년째 동결되면서 지역사립대가 한목소리로 재정난을 호소한다.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데다 학생 저항도 커 속앓이만 한다.

8일 부산 A 사립대 총장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투자를 늘려야 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학교를 혁신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등록금은 10여 년째 묶여 있어서 투자할 여력이 없다. 지금껏 긴축재정으로 버텨왔지만 더는 힘들다”고 말했다. B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리지 않으니 교직원 임금 동결이 7년째이고,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투자도 힘들다. 결국 교육 질 저하로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역사립대 대부분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데다 입학정원도 최근 꾸준히 줄여왔던 터라 전체 재정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이중고에 시름한다.

대학은 아우성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 재정의 어려움을 익히 알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1년에 75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은 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마음만 먹으면 올해 법정 인상률 상한인 1.95% 내에서 인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가장학금Ⅱ유형은 등록금 동결·인하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에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학생의 반대도 암초다. 전국 33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오는 10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등록금 인하는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여전히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 측 전문위원은 찾아보기 어렵고, 학생에게 자료도 주지 않는 학교가 많아 등록금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C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인상분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교비여서 대학 입장에서는 절실하다. 국가장학금 등으로 학비 부담이 예년보다 준 만큼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