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안 매립은 원안 규모대로 진행
- 시, 차수벽 사전설계심의 준비
- 주민, 월파 방지기능 약해 우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바다에 대규모 방파제를 짓는 사업이 무산됐다. 정부는 대신 태풍으로 발생하는 월파 피해를 막기 위해 ‘가동식 차수벽’ 설치를 검토 중이다. 방파제가 아닌 차수벽이 제대로 파도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부산시는 8일 “행정안전부가 예산 과다 투입과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며 마린시티 앞 방파제 건설사업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마린시티 일원은 잇따른 태풍 피해로 2016년 12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됐다. 시는 790억 원(국·시비 절반씩)을 들여 마린시티 앞바다에 길이 650m짜리 방파제를 만들고, 해안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호안(길이 780m, 폭 7m, 깊이 8m)을 메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안부는 호안 매립에는 긍정적이었지만 방파제 설치(587억 원)는 예산상의 문제로 반대했다. 시는 태풍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방파제 설치가 필수라고 주장했지만, 행안부는 “필요하다면 시비로 추진하라”고 맞섰다.
행안부는 방파제 대신 ‘가동식 차수벽’을 설치할 것을 시에 제안했다. 호안을 메운 뒤 그 위에 2m 높이의 차수벽을 설치한다는 것인데, 전체 예산이 790억 원에서 375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이 차수벽은 보통 때는 덱 형태로 눕혀져 있다가 피해가 예상되면 일으켜 세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호안 매립 규모는 폭 7m, 깊이 8m(해안 높이에 따라 유동적)로 종전과 똑같다. 단지 2m 높이의 차수벽이 세워진다는 것만 기존 계획과 다르다.
가동식 차수벽이 설치된 곳은 국내에 경남 창원시의 마산 구항이 유일하다. 이곳은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간 지형에 위치해 태풍이 치더라도 파도가 높지 않아 월파 피해가 적다. 반면 마린시티는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 태풍이 오면 파도가 거세게 치므로 강한 월파 방지 기능이 필요한데, 가동식 차수벽이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는 자체 예산으로 방파제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행안부 제안대로 차수벽에 관한 사전설계심의를 준비 중이다. 시 관계자는 “파도가 심해 차수벽보다는 방파제가 필요한 지형이라는 점을 행안부 심의에서 다시 한번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행안부 심의위원이 ‘가동식 차수벽’안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파제 건립 사업이 무산되면서 인근 주민은 불안함을 토로했다. 마린시티 입주자연합회 김애경 회장은 “고작 2m 높이의 차수벽이 태풍을 동반한 높은 파도를 막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주민이 불안해한다”며 “시와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곧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이제는 선택할 시간이 없다. 정부 안이든 부산시 안이든 사업을 빨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