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당시 경찰 가혹행위 인정
- 사법부 대신해 사과 마음 전해
- 최인철 씨 “잘못 인정하지 않는
- 고문 경찰관 용서하지 않을 것”

법원이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1년간 옥살이한 장동익(62), 최인철(59) 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사법부를 대신해 재심 청구인들에게 사과했다.

	6일 부산법원종합청사 301호 법정 앞에서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가 결정된 뒤 변호인인 박준영(왼쪽부터) 변호사, 재심 청구인인 최인철·장동익 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장 씨와 최 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의 7번째 심문기일을 열어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의 재심을 개시한다”고 결정했다. 만약 검찰이 재심 결정에 항고하지 않는다면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밭에서 차량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이 납치돼 여성은 강간·살해 당한 뒤 시신이 유기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일이다. 장 씨와 최 씨가 공범으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재판부는 낙동강변 살인사건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과 검사가 그 직무에 관해 죄를 범한 사실이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하서 경찰관들이 1991년 11월 8일 재심 청구인들을 연행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사하서에 유치한 것은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감금에 해당한다. 또 청구인들이 1991년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사하서 수사관들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비롯해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한 당시 검사도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있다고 봤다. 1991년 11월 18일 검사가 최 씨를 조사하면서 진술거부권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음에도 조서에 마치 고지한 것처럼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사의 피의자 신문 과정이 영상과 녹취록으로 남아있어 드러났다.

재판부는 한 시간에 걸쳐 재심 결정까지 경과와 결정 이유를 설명한 뒤 장 씨와 최 씨에게 사과의 소회를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30년 가까운 기간 물고문과 가혹행위를 호소했는데 사법부가 이제야 일부 응답하게 됐다”며 “돌아가신 장동익 씨의 어머니를 포함해 모든 (두 사람의) 가족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청구인과 방청석을 향해 목례한 뒤 퇴정했다.

법정을 나온 장 씨는 “오늘 내리는 비가 저의 진실을 밝히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어머니의 눈물 같다”며 “고문한 경찰관들을 용서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강도 살인자라는 누명을 써 부모님의 제사와 가족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다”며 “용서는 비는 자만이 받을 수 있다.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고문 경찰관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항고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 “장동익 씨 어머니, (당시 청구인들을 변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보관한 사건 기록이 있어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