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시장 철회 요청에 존치 결정
- LG, 교육시설로 바꿔 운영키로

‘LG 사이언스홀 부산’이 폐관(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4일 자 2면 보도 등) 대신 교육시설로 탈바꿈해 사실상 ‘잔류’를 선택한 데 오거돈 부산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은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 부산시청에서 오 시장과 LG그룹 고위관계자의 간담회가 열렸다. LG그룹에서는 이방수 CSR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진수 부산시부교육감,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등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부산은 LG가 태동한 곳인 만큼 사이언스 홀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LG그룹도 ‘부산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답했다.

간담회에 앞서 오 시장은 부산진구 연지동 LG사이언스 홀 폐관이 확정됐다는 기사를 보고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오 시장은 구 회장과 경남고 21기 동기다. 구 회장은 현 구광모 LG그룹 총수의 친부이다. 희성그룹은 원래 LG그룹에 속했다가 계열 분리된 회사다. 오 시장은 구 회장에게 “LG가 그동안 부산에서 사이언스홀을 운영한 점은 감사하다”며 “아무리 그래도 친구가 시장으로 재직 중인데 어떻게 폐관할 수가 있느냐”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LG그룹은 지난해 12월 9일 사이언스홀을 청소년 IT·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시설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폐관 결정을 공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부경대 산학협력단 손동운 교수는 “오 시장과 구 회장이 고등학교 때부터 각별한 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LG 같은 대기업이 사이언스홀 폐관 결정을 재빠르게 철회한 데는 오 시장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올 하반기 LG사이언스 홀의 전시공간을 리모델링해 ‘청소년 소프트웨어 교육센터’(가칭)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자율주행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미래 기술을 실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