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원·공연기획자의 삶 살다가
- 아픈 어머니 병간호 위해 귀향
- 아버지 권유로 농장 가업 이어
- 주거환경 개선 위해 시설 현대화
- 산후조리실에 운동실까지 갖춰
- 올해 출하 돈육 52.6% 1등급
- 정부 품질평가서 한돈 대통령상
경남 진주에서 산청 방향 국도 3호선을 타고 가다 원지에서 빠져나와 생비량 방면으로 10분 가량 가면 문대 전통시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1㎞쯤 가면 왼쪽 산기슭에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5층 높이에 현대식으로 지어져 아파트나 콘도처럼 보이는 이 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돼지 농장이다. 귀농한 지 9년 만에 올해 축산물품질 평가대상에서 한돈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산청군 신안면 문대리 박태환(45) 대표의 태원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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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원농장 박태환 대표가 새끼돼지를 안고 있다. |
보통 체격의 농군이 돼지를 돌보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농장 규모가 말해주듯 한국을 이끌어 갈 축산인으로 자신감과 의욕에 차 있었다. 박 대표는 진주가 고향이다. 초중고와 대학 등 학창시설을 진주에서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가 한미은행에 취직했다. 하지만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통폐합되면서 퇴사했다. 이어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난 지인들과 미술 음악 등의 캐릭터 상품 개발에 나섰다가 가수 서태지 컴퍼니에 스카우트돼 공연기획과 음반 제작에 나섰다.
직장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객지생활에서 오는 공허함과 허전함은 고향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돼지 사육하는 모습을 봐온 그에게 돼지 사육은 머릿속에 잠재돼 있었다. 박 대표는 다리 수술로 합병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2010년 6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했다.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연세 많으신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도 한몫했다.
박 대표는 1남 5녀 중 다섯째로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귀촌 후 처음 1년 가량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어머니 병간호를 하며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신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지금의 농장 구매를 위해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박 대표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얼마의 자금과 아버지 돈, 그리고 절반은 은행에서 빚을 내 농장을 산 뒤 자신에게 운영을 맡겼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버지가 ‘부모 밑에서 일하다 너무 늦게 출발하면 발전이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돈을 보태 농장을 사 돼지 농장을 경영하도록 하게 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돼지와 관련이 있는 동물소재공학과을 공부한 학력과 돼지 사육을 보고 자란 어릴 적 환경은 귀촌 후 돼지 사육의 밑거름이 됐다. 진주시 수곡면에서 오랜 기간 돼지 사육을 해온 아버지 박만종(79) 씨의 도움도 컸다. 그러나 돼지 사육이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돼지 사육을 밥 주고 분뇨 치우는 단순 노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파트별 전문성이 요구되고 숙련 과정이 필요했다. 그는 농장에서 숙식하며 시스템을 익히는 등 공부하며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이는 그가 당시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뒤늦은 2015년 결혼했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인력수급 문제와 악취·가축분뇨로 인한 민원, 바이러스 질병이 문제가 됐다. 실패를 해보면서 깨달았다. 돼지도 사람과 똑같아서 주거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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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원농장의 아파트형 돈사 내부. 이 농장 돼지는 침대에서 잠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닐 정도로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시설 현대화에 나섰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전체 4000여 평의 농장 중 3000여 평에 대해 아파트형 농장으로 시설 현대화에 나섰다. 돼지들의 천국이 됐다. 돼지들이 침대 위에서 짐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닌다. 3층짜리 건물 안에는 운동실과 분만실 산후 조리실도 있다. 몸을 푼 암퇘지들이 침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 있다. 사람들이 돈 내고 입원하는 조산원과 다를 게 없다.
또 위생·환기·냉난방 관리가 편해졌고 일손도 크게 덜었다. 특히 박 대표는 농장 환경제어와 사료 배급에 자동제어시스템을 도입해 돈사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조절한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동환기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적정 온도와 습도를 설정해두면 팬이 자동으로 움직여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 때문에 섬세한 조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올해 출하한 5300여 두의 돼지 중 1등급 이상 출현율이 전국 평균인 31.8%를 크게 웃도는 52.6%로 집계됐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주최한 제17회 전국축산물 품질평가대상에서 박 대표가 한돈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축산물품질 평가대상은 올해로 열일곱 번째로 한돈 부문이 대통령상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라 돼지 사육 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동물소재공학과에서 석사 학위 취득에 이어 박사과정을 밟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무분별한 돈육 수입으로 인한 한돈 소비의 급감은 자연히 농가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돼지를 지키고, 수입고기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우수한 돼지의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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