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비 전 세대 중 가장 많아
- 시, 대책 커녕 실태파악 안돼
지난달 12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고3 학생인 A(19) 양이 우울증약을 과다 복용해 숨졌다. A 양은 고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진단받아 약물·입원치료를 반복해왔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이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8월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B(20·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간 가족과 주변인의 도움으로 두 번 목숨을 건졌으나 이날은 끝내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 10, 20대 우울증 환자 수가 3년 전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산시는 대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24일 국제신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부산지역 세대별 우울증 환자 수’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해 10대와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각각 2530명, 6647명에 달했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해 66.1%, 52.8%씩 증가한 수치다. 진료비도 급증했다. 2016년 10대 우울증 진료비 총액은 8억27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억4000만 원으로 10억 원 넘게 늘었다. 작년 10대의 1인당 진료비는 72만7000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많았다.
20대 우울증 진료비 역시 2016년 19억4500만 원에서 2018년 37억4900만 원으로 18억 원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는 56만4000원으로 전 세대 중 1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0, 20대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를 놓고 전문가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원인으로 꼽는다. 부산대병원 이병대(정신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외국의 또래와 비교해 사회와 각종 관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커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10대는 시교육청이 정신과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지만 20대 우울증 환자는 정책 대상에서 제외돼 문제로 지적된다. 10대 환자 수 증가는 2016년부터 부산시교육청이 시행하는 ‘학생 정서 케어시스템 사업’에 따라 정신과 진료비 지원이 이뤄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교육청은 올해 5억3500만 원을 책정, 학생 1395명에게 1인당 최대 50만 원의 정신과 진료비를 지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진료비를 지원받는 학생 중 고학년은 대다수 우울증인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신과 질병은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대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정부와 시는 짧은 기간 동안 20대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며, 진료비 지원책도 없다. 이 탓에 20대 우울증 환자는 진료비 부담을 온전히 혼자 진다. 부산백병원 김성진(정신의학과) 교수는 “20대 환자를 진료하면 취업 등 미래에 관한 불안 탓에 우울증에 시달린다. 치료비 탓에 꾸준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며 “지자체가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각 구·군이 운영 중인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지만 실태 파악조차 못 하는 시는 인력·예산 부족 탓만 한다. 시 관계자는 “시에 정신건강 담당 인력이 1명뿐이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아 조현병 대처만으로도 버겁다”며 “별도로 10, 20대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사업을 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윤지영 의원은 “단순히 인력과 예산이 없다는 건 변명이다. 시는 청년층의 정신질환 실태조사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대별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