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까지 1000여 마리 둥지
- 지역 소음·악취 등 민원 빗발
- 市 문제해결 위한 토론회 개최
- 명소화·대체서식지 등 논의

김수로왕 탄강설화가 깃든 경남 김해시 구지봉에 둥지를 튼 백로 무리와 주민 간 공존은 과연 가능할까.

지난 20일 경남 김해시가 민원을 유발하는 구지봉 백로 무리와 주민 상생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있다. 김해시 제공

경남 김해시가 지난 20일 시청에서 이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한 토론회를 개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에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런 토론회가 열리기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천덕꾸러기 백로, 김해시 명물은 될 수 없을까?’ 이들 백로는 10여 년 전부터 시내 곳곳을 옮겨다니며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불암동 뒷산에 살다 8년 전 터널공사로 환경이 나빠지면서 동상동 수로왕비릉 뒷산으로 옮긴 데 이어 다시 올 4월부터 수로왕 탄강설화를 가진 구산동 구지봉(사적 제429호) 뒷산으로 옮겨왔다. 새끼 등 1000여 마리가 둥지를 튼 뒤 밤낮으로 쏟아내는 소음, 새똥으로 인한 악취 등으로 인근 주민의 민원이 빗발쳤다. 여름철새인 백로는 지난 9월까지 머문 뒤 중국으로 떠났지만, 귀소본능에 따라 내년에도 이곳을 찾을 확률이 100%라는 것.

김동목 피해 주민대표는 “백로도 중요하지만 고통받는 주민이 먼저 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식지 내 가지치기 등 정비 대책을 시에 요구했다. 반면 정진영 김해양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안이 좋지만 백로 서식지 또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백로 보호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 서식지 마련 방안도 제시됐다. 김성수(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 박사는 “주민의 고통 최소화를 위해 백로가 살 수 있는 대체 서식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창두 마산대 교수는 “구지봉 인근에 있으며 인적이 드문 서잿골로 서식지를 옮기는 방안도 괜찮은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화포천 습지 숲 등으로 옮겨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 서식지에 새 인형 등을 설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허 교수의 제안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백로 생태계 보호와 주민의 생활환경이 모두 중요하다. 나중에 이를 통해 생태 관광지로 만드는 방안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