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긴급점검…부산항 노동자가 위험하다 <하> 복잡한 고용구조

하청에 재하청 5만7000명(2017년 기준)…고용 형태 제각각, 책임 모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항 전체 민간업체 4511개 난립
- 신항만 5, 6개 용역회사가 인력 공급
- 고용·업무 계약 체계화 통합 절실

- 관리 총괄자 없어 책임은 하청 몫 일쑤
- 산재 보상 과정도 원청 선사는 빠져
- ‘김용균법’ 확대·정부 감독권 강화를

매년 부산항에서 부두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지만 항만업계의 복잡다단한 고용구조 탓에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업체 간 얽히고설킨 계약 관계 속에서 안전사고가 나도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어려운 데다 저마다 업무를 분담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관리망도 없기 때문이다. 각 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원청업체가 안전관리를 총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가 모두 떠안는 항만업계의 오랜 관행에 막혀 있다.
19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성북동 BNCT 사옥에서 윤준호(왼쪽 첫 번째) 국회의원이 부두 운영사와의 긴급 간담회에 앞서 컨테이너에 끼여 목숨을 잃은 검수원 A(24) 씨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윤준호 의원실 제공
■복잡한 계약·고용 간소화 절실

항만업계는 안전사고를 총괄할 책임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산항의 무분별한 고용구조 탓에 항만 내 안전사고가 나도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항 인력은 다양한 계약 관계로 고용된다. 여객운송업 화물운송업 하역업 등 4511곳에 이르는 업체가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5만7322명(2017년 집계 기준)의 노동자가 근무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신항 5부두(BNCT)만 살펴봐도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 놓인 부두 노동자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신항 5부두 운영사인 BNCT는 경비 절감을 위해 하청업체인 INK에 인력 운용 파트를 일임했다. INK는 자체 직영 직원과 항운노조원 외에도 3곳의 용역업체를 활용한다. 안벽 크레인(CC) 기사는 45명 전원을 회사에서 직고용했다. 실내에서 조이스틱으로 크레인을 조작하는 RMGC 기사와 컨테이너를 집게로 들어 올리는 이동 장비인 리치 스태커(RS)를 다루는 기사는 A용역업체에서 각각 17명, 18명 공급받았다. 항운노조 소속의 스프래들 캐리어(SC) 기사는 71명이다. 나머지 용역업체 A, B사 소속은 각각 33명, 13명이다. 야드 트랙터(YT) 기사는 항운노조 소속이 20명이고 A, B사 소속이 각각 6명, 7명이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부두마다 용역회사가 난립하며, 신항만 해도 5, 6개의 용역회사가 인력을 공급한다”며 “터미널 운영사가 노동자를 총괄 관리하지 못하니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 작업자 사이도 삐걱댈 수 있고 급기야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부산항 신항 5부두에서 검수사 A(24) 씨가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항만 내 무분별한 고용·업무 계약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선사와 계약을 맺는 데 혈안이 된 다수 영세업체 간 저가 인력공급 경쟁이 치열해 전문성과 안전성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부두를 이용하는 업체끼리 저마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전 관리 책임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부두 운영사가 업체 간 계약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부두 내 계약의 통합 관리는 책임 소재를 쉽게 가릴 수 있을 뿐더러 안전 관리에서도 효과적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 도입을 위해서는 업계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19일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열린 ‘부두 근로자 안전사고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박경철 부산해수청장은 “터미널(부두) 운영사가 검수사 장비기사 등 다양한 노동자를 함께 고용하는 방안을 항만연수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어렵다면 계약서상 안전관리 부분은 터미널 운영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항만 노동자는 김용균법에서 소외

항만에서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은 언제나 하청업체 몫이다. 이런 항만업계의 오랜 관행은 ‘김용균법’ 시행 취지에 배치된다.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인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지난 1월 공포됐다.

하지만 A 씨 사고에 관한 산재보상은 피해자가 속한 검수업체와 가해 하역업체 간 합의로 처리됐다. 이들에게 일감을 준 원청업체인 선사는 빠진 것이다. 하역·검수 업무의 경우 선사와 하역사, 검수사가 동등한 협력사 체제로 계약하므로 김용균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지만 ‘갑을관계’가 명확하므로 김용균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해석도 맞선다. 노무사 A 씨는 “선사에서 일감을 주지 않으면 하역·검수업체가 독자적으로 업을 영위할 수 없는 예속 관계로 봐야 한다. 따라서 김용균법을 적용해 원청업체인 선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사 B 씨는 “사법당국이 원청업체까지 수사 범위를 넓혀 김용균법을 확대 적용하면 민사적인 책임도 뒤따라 원청도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민자부두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현행 항만법으로는 항만 내 안전사고가 나도 민자 부두의 자율관리 체제이므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정부가 안전사고 방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최근 2년간 부산항에서 거듭 사망 사고가 나 안타깝다.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서라도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승륜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아파트값 바다라인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이 뛴다
  2. 2전국 838개 학교 등교 연기…학부모 “불안해서 어쩌나”
  3. 3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임명 유력…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화
  4. 4쿠팡발 확진 82명…작업장·모자·신발서도 코로나 나왔다
  5. 5“왜 마스크 안 써” 곳곳서 마찰, 폭행까지
  6. 6다 지어놓은 임랑 ‘박태준기념관’, 개장은 어느 세월에
  7. 7구포 가축시장 철거 보상두고 전·현직 상인회장 쌍방고소전
  8. 8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9. 9“부산 해양산업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답있다”
  10. 10여직원 성희롱 부산교통공사 간부 강등
  1. 1"포스트 코로나 대비 신남방정책 방향 함께 모색해야"
  2. 2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북항 D3 건축허가 취소”···대규모 항의 집회 개최
  3. 3한국군 군사기밀 노린 해킹 시도 급증…지난해 9500여 회 침해 시도
  4. 4서구 송도해수욕장 명물 ‘송도용궁구름다리’ 복원
  5. 5문 대통령-양당 원내대표 회동…예정시간 훌쩍 넘겨 총 156분간
  6. 6부산진구, 지역사회 통합돌봄창구 본격 운영
  7. 7문재인 대통령 “국회 제때 열려 법안 처리되면 업어 드리겠다”
  8. 8코이카-굿네이버스 부울경본부, 지역 ODA사업 업무협약 체결
  9. 9여당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내달 29일 선출
  10. 10부산시의회 “공공의료 비중 최하위권”…국가 지원 촉구
  1. 1코로나 사태 속 기업·가계, 75조 대출 받았다
  2. 2“6월 2일이 ‘유기농 데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3. 3‘바다로’ 이용하면 9900원으로 1년 간 섬여행 가능
  4. 4온라인 GSAT 이틀째…오전·오후 두 차례 실시
  5. 5삼성물산, 8천억원대 반포3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6. 6삼성 첫 온라인 채용시험 실시…감독관 원격으로 응시자 확인
  7. 7휘발윳값 18주만에 상승 전환 “당분간 오를 듯”
  8. 82022년 부산서 국제해양폐기물컨퍼런스 열린다
  9. 9마스크 5부제 6월부터 폐지 … "18세 이하는 5개까지"
  10. 10부·울·경 경공업 1분기 큰 타격 “새로운 전략 수립해야”
  1. 1부산서 보름 만에 확진자 발생…방글라데시 입국 50대
  2. 2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79명…53일만에 최대
  3. 3해운대 고층 오피스텔 화재, 새벽에 주민 124명 긴급 대피해
  4. 4부산에도 마카롱택시 달린다... 부산개인택시조합과 업무협약
  5. 5부산경찰청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구속영장 신청...강제추행 혐의
  6. 6음주운전하다 가드레일 ‘쾅’ … 30대 검거
  7. 7부산교통공사, 직원 성희롱한 간부 강등 징계
  8. 8부산·경남 레미콘 노사 협상 타결…운송비 인상 합의
  9. 9수도권 공공시설 2주간 폐쇄 “학생들 등교 수업 예정대로 진행”
  10. 10檢, 오거돈 전 시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영장실질심사 다음달 1일
  1. 1영국, 6월부터 스포츠 경기 허용…EPL 17일 재개
  2. 2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3. 3부산 아이파크, 30일 마수걸이 승리 사냥 나선다
  4. 4부산시축구협회장배 동호인 대회 31일 개최
  5. 5신인급 투수들에 농락 당하는 거인... 호화 물타선 전락 조짐
  6. 6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 지난 25일 퇴원
  7. 7‘교체투입’ 백승호 분데스리가 2부서 첫 도움…소속팀 3-1 승리
  8. 8‘15년 롯데맨’ 배장호 은퇴
  9. 928일 채리티오픈 개막…국내파 vs 해외파 2주 만의 재대결
  10. 10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우리은행
히든 히어로
번외편
지금 법원에선
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징역형 집유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