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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부산항 노동자가 위험하다 <상> 끊이지 않는 항만 산업재해

수십t ‘컨’·중장비 아차하면 흉기로…일터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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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 오전 8시 부산항 북항 한국허치슨터미널. 부산항에서 지난 21년간 컨테이너 고정 업무를 맡아온 A(57) 씨는 이날도 들어온 화물선을 오가며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옮기는 40t급 크레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 났다. 크레인이 들어 올렸던 19t 컨테이너 2개가 아래로 떨어졌고, 아래를 지나던 A 씨는 머리와 얼굴, 몸통에 다발성 손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A 씨가 당한 사고는 부산항에서 결코 이례적이지 않다. 잇따르는 사망·부상 사고로 부산항 노동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5만 명이 넘는 부산항 노동자들은 항만 곳곳에 산업재해를 일으킬수 있는 각종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신속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망·부상 사고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갈 거라고 경고한다.


# 컨테이너 끼임사·압사 다수

- 20~30t 달하는 컨테이너와
- 스트래들 캐리어·야드 트랙터
- 고강도 업무 탓 숙련자도 기피
- 미숙한 기사가 운행 비일비재

# 올해 9월까지 부상사고만 91건

- 넘어짐 30건·물체에 맞음 26건
- 노면 등 항구 내 환경 정비 절실
- 항운노조 “BPA·운용사에 건의”
- 관계기관 책임 떠밀기 개선돼야

   
국가 기반시설이자 우리나라 무역 활동의 전초기지인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항만 노동자는 “부산항 곳곳에 산업재해로 이어지는 위험이 도사린다”고 말했다. 국제신문DB
■2년 새 7명이 숨졌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부산항에서는 모두 7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 사고는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다. 부산항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 유형은 ▷컨테이너에 의한 ‘끼임’사와 압사 ▷각종 중장비에 의한 사고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컨테이너에 의한 사고가 모두 4건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1월 부산항 신감만부두 냉동 컨테이너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트랜스퍼 크레인으로 하역 중이던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같은 해 6월 신항 5부두(BNCT)에서는 전기 관련 협력사 직원이 냉동 컨테이너 적치 작업 중이던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당시 피해 직원은 크레인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작년 11월에는 북항 자성대부두에서 크레인에 통제 오류가 나 컨테이너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작업용 수레를 끌고 이동하던 노동자가 깔려 압사했다.

항만 노동자들은 20~30t에 달하는 컨테이너로 발생하는 사고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스트래들 캐리어(SC)를 운전하는 B 씨는 “SC 기사에게 부여되는 막중한 업무 강도가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B 씨는 “SC 이동과 동시에 컨테이너를 옮기는 업무도 함께 해야 한다. 고강도 업무라 숙련 노동자라도 사고를 일으키기 쉽다”고 설명한다.

업무 강도가 세 SC  업무를 회피하는 노동자가 적지 않아 현장에서는 충분한 경력이 없는 미숙한 기사가 수십 t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항구 이곳저곳으로 나르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15일 오전 신항 5부두에서 발생한 검수원 사망사고 역시 불과 6개월 경력의 미숙한 SC 기사가 사고를 냈다.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항구에서 운용하는 각종 중장비도 언제든지 흉기로 돌변해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지난 1일 오후 8시50분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크레인 운전기사 C(48) 씨는 교대를 위해 다른 선석으로 이동하던 중 야드 트랙터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부상 잦아… 책임은 하청업체만

부산항만공사 집계 결과 올해 9월까지 부산항에서 발생한 부상사고는 모두 91건에 달했다. 이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유형별 안전사고 분류 기준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넘어짐’에 의한 부상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물체에 맞음(26건)이 2위였고  끼임(12건), 떨어짐(9건), 무리한 동작(7건), 부딪힘(5건), 기타(2건) 순이었다.

이 같은 부상사고를 예방하려면 항구 주변의 환경 정비가 절실하다. 신항에서 일하는 중장비 기사 D 씨는 “신항은 노면이 약한 탓인지 이곳저곳이 파였다. 종일 중장비를 몰다 보면 노면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허리에 무리가 간다”며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개·보수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토로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신항은 그나마 신설이라 낫지만 북항은 항구뿐만 아니라 각종 장비도 노후화됐다. 야간근무에 필수적인 조명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항만공사와 부두 운영사에 노후 장비 교체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건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가 떠안는 항만업계의 특수한 구조는 사고 뒤 ‘땜질 처방’의 악순환 반복으로 이어진다. 지난 15일 사고를 당한 검수원의 산재보상은 가해 하청업체(하역사)가 책임졌다. 일감을 준 원청업체인 선사는 빠져나갔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의 참변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업체와 기관이 이해관계를 떠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현실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뒤에 숨어 책임지길 주저한다”고 성토했다. 

 이승륜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5년간  국내 4대 항만 산업재해 현황

항만

사망

중상

경상

부산항

7명

16명

79명

인천항

4명

12명

67명

울산항

1명

22명

49명

여수·광양항

0명

11명

3명

※자료 : 김종회 국회의원실


◇ 최근 2년간 부산항 사망사고 사례

2018월 1월 31일

북항 신감만부두

냉동 컨테이너 작업 중 트랜스퍼 크레인으로 하역 중이던 컨테이너에 압사(전기기사)

2018년 6월 1일

신항5부두

냉동 컨 적치 작업 중이던 크레인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출입하고 있던 외부 협력사 직원이 컨테이너에 압사(전기, 모터 관련 작업자)

2018년 9월 19일

북항 자성대부두

YT(야드 트랙터) 기사가 컨테이너를 적재한 수레를 끌고 본선으로 이동하던 중 노동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해 사망

2018년 11월 20일

북항 자성대부두

본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컨테이너 크레인이 통제불능으로 컨테이너가 바닥으로 추락, 작업용 수레를 끌고 이동하던 노동자가 압사

2019년 10월 19일

신항5부두

BNCT SC 정비장에서 스프레더 정비 중 발생. SC가 추돌해 퇴근하는 장비기사 사망

2019년 12월 1일

북항 감만부두

퇴근하는 장비기사가 셔틀버스 기다리지 않고 걸어서 휴게소로 가다가 야드 트랙터에 치임

2019년 12월 15일

신항5부두

스프래들 캐리어가 컨테이너 치면서 컨테이너 사이에서 실(일련번호) 확인 작업하던 검수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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