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칠선계곡 루트 개척
- 영남알프스 명명 등 업적

우리나라 최초로 히말라야 8000ｍ급 봉우리를 등정한 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원으로 활약했던 부산지역 원로 산악인 곽수웅(사진) 씨가 지난 15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75세.

한국은 1977년 대원 18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를 에베레스트로 파견했다. 1953년 영국 원정대가 초등한 지 24년이 지난 시기였지만 산악 후진국이던 한국 원정대는 9월 15일 지구 최고봉의 정상을 밟으면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줬다. 당시 정상을 밟은 고상돈 대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위를 세계에 떨친 부산 산악인이 곽 씨였다. 전명찬(청봉산악회·1994년 작고) 씨와 더불어 부산 산악계를 대표해 원정에 참여한 곽 씨는 100여 일에 걸친 대장정에서 수송을 맡아 등정 성공에 큰 몫을 담당했다.

부산 중구 영주동 출신인 곽 씨는 동아고 2학년 때인 1959년 대륙산악회를 통해 산에 입문했다. 1960~1970년대에는 한 해 10차례 이상 지리산을 찾아 칠선계곡 한신골 중봉골 등의 비경을 세상에 알리며 지리산 개척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1964년에는 ‘지리산 칠선계곡 루트 개척 및 학술조사대’에 참가해 전인미답이던 칠선계곡에 처음으로 등산로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은 물론 전국 산악인에게 익숙한 ‘영남알프스’ 산군의 명칭도 성산(1934~2010) 씨와 그가 함께 작명했다. 두 사람은 1971년 대륙산악회의 일본 북알프스 원정대 대장과 부대장을 맡아 힘겨운 원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직후 사자평을 찾았다가 1000ｍ급 고산이 둘러싼 일대를 영남알프스로 부르자고 의기투합했다. 영남알프스 명칭은 이후 10년이 지난 1980년대부터 등산 활동이 활발해지며 널리 쓰이게 됐다.

곽 씨는 에베레스트 원정을 성공적으로 다녀온 뒤 부산시 시정자문위원회의 자연보호 담당 상임위원으로 2년간 봉사했고 그 후 산악 전문지의 부산지사장을 맡아 지역 산악계의 활동상을 전국에 널리 알린 부산 등산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덕이 씨와 딸 민정 씨가 있다. 빈소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17일 오전 5시30분, 장지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 (051)242-7161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