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험가협회 한국인 유일 정회원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근처에는 유라시아(유럽·아시아) 대륙 횡단도로의 기점임을 표시하는 ‘7번 국도 시점’ 표지판이 있다. 이곳은 유라시아 대륙 횡단도로의 시작인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도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시베리아, 중국을 거쳐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이어진다. 표지판 기둥엔 탐험가 김현국(51) 씨가 ‘이곳으로부터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는 길이 시작됩니다’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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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탐험가 김현국 씨가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도로 기종착점인 아시안하이웨이6호선(국도 7호선)의 출발점에 서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아시안하이웨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터키 태국 등 유라시아 32개국을 잇는 14만5302㎞ 길이의 도로로, 이 일대에 통합물류망을 구축할 근간이 된다. 부산은 일본~부산~서울~평양~중국~베트남~인도~이란~터키를 잇는 1번 노선(AH1)과 부산~강릉~원산~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를 잇는 6번 노선(AH6)의 기종점이다.
김 씨는 세계 최초로 모터바이크를 이용해 1996년과 2014년, 2017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유라시아 단독 횡단을 마쳤다. 지금까지 총 이동거리는 7만 ㎞에 달한다. 그는 지난 5월 부산에서 강원도 동해까지 모터바이크로 이동한 뒤 동해항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건너가 본격적인 대륙 횡단에 나섰다. 시베리아~모스크바~암스테르담을 거쳐 다시 지난 10월 부산에 도착하면서 네 번째 여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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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김 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가동됐던 러시아 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모습. 김현국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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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김 씨는 “탐험을 통해 한반도에서 확장된 공간으로서 유라시아 대륙을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구축했다. 인구 45억 명의 거대한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유라시아 대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 번의 유라시아 횡단을 통해 대륙 횡단도로를 중심으로 이곳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를 모았다. 김 씨는 내년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에 맞춰 자신이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전국 투어 전시회를 준비한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점시설인 일명 ‘유라시아 콤플렉스’ 운영을 구상 중이다.
이동수단으로 모터바이크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890년 세 필의 말이 이끄는 우편배달 마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한 안톤 체호프의 이야기가 현대판 말인 모터바이크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시도에 큰 영감이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횡단을 통해 11개의 시차와 180여 민족을 만났다. 한반도와 국경을 마주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기회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시 부산이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기종착점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러시아 횡단도로의 완성으로 유럽의 끝에서부터 극동에 위치한 한반도까지 길이 이어지면서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도시가 됐다”며 “이런 부산의 지리적 강점·의미를 전 세계에 부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남대 법학과 졸업 후 직업 탐험가로 계속 활동해온 김 씨는 올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탐험가협회인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에 한국인으로선 유일한 정회원이 됐다. 이곳은 1904년 창설된 세계 최대의 탐험단체다. 인류 사상 최초로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로알 아문센 등이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