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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83> 김해 장유 3·1운동길

3000여 군중 ‘독립만세’ 함성 울렸던 곳, 철새들 월동 낙원이 되다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9-12-08 19:14:3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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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3·1운동 발원 지역
- 장유시장~옛 장유시가지 3.6㎞
- 인근 용두산 쉬엄쉬엄 걷기 좋아
- 선조들 뜨거웠던 저항정신 담긴
- 만세운동 기념탑도 만날 수 있어
- 겨울철새 노니는 대청천도 추천

경남 김해시 장유1·2·3동 하면 흔히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신도시를 떠올린다. 인구 15만 명에 육박하지만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시원한 평야지대를 만날 수 있는 전원도시다.

어엿한 김해시의 부도심으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이 곳에는 지역민들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장유지역 3·1운동의 발원지가 된 장유전통시장이다. 과거 무계시장으로 불렸던 5일 장이다. 이 곳은 동으로 승격되기 전 장유면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 곳에 장유시장과 3·1운동 당시 항쟁 발자취가 남아 있는 용두산을 둘러 보는 장유 3·1운동길이 있다.

이 길은 참담했던 시절 선조들의 뜨거웠던 저항정신을 느낄 수 있고, 산과 들녘, 월동 철새를 볼 수 있는 풍광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장유시장~ 용두산~ 대청천~옛 장유시가지까지 3.6㎞로 1시간이면 족히 둘러볼 수 있다. 한겨울 추위가 찾아오긴 했지만 산속 길에서 무거운 외투를 벗어둔 채 두팔을 벌린 나목(裸木)들을 차례로 만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간을 권유해 본다.

■장유시장에서 용두산 향하는 길

   
김해시 장유1동 용두산 등산로가 덱길로 정비돼 있다. 용두산 정상 근처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멀리 평야와 그 사이로 흐르는 대청천이 정겹다. 박동필 기자
장유전통시장은 옛 장유면 시가지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지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에서 그 옛날 3·1운동의 흔적을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눈을 잠시 감으면 빛바랜 장터 건물 곳곳에서 일제에 항거했던 민중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장터를 빠져나와 종종걸음으로 용두산 자락으로 향한다.

외덕사거리에 도착한 뒤 횡단보도를 건너 남명더 라우 아파트 옆 열방교회에 붙은 계단을 오르면 산으로 연결된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기온 속에 아파트 울타리길을 걷다보면 산등성이로 향하는 덱과 마주치게 된다. 용두산은 비록 높이가 해발 114.6m에 불과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아 최적의 조망지로 꼽힌다. 광활한 평야지대에 봉곳이 솟아오른 이정표인 셈이다.

덱길은 생각보다 가팔라 속도를 낮춰 쉬엄 쉬엄 올라가는 것이 좋다. 천천히 가다 보면 경이로운 풍광과 마주치는 행운도 누리게 된다. 길바닥에는 노란색 낙엽들이 물감처럼 흩뿌려져 있고, 숲속에서는 텃새들의 지저귐이 청아한 종소리처럼 귓전을 때린다. ‘비로소 멈춰서면’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윽고 9부능선에 서자 매끈한 맵시를 자랑하는 용두정(龍頭亭)이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길손에게 쉬어갈 것을 권한다.

■장유지역 성지 3·1운동 기념탑
   
산모퉁이를 돌면 햇불을 든 모양의 탑신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김해 3·1운동 기념탑이다. 장유 무계장터를 중심으로 벌어진 거사를 기념하기 위해 1967년 4월 시민의 힘으로 이 곳에 기념탑을 세웠다. 탑에는 ‘삼천 명의 군중이 독립만세를 외치며 무계시장을 행진하고 헌병대주재소를 파괴하면서 3명의 순국자가 발생했다’는 글귀가 있다. 12명이 검거돼 투옥됐으며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탑신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 태극기와 낫을 들고 만세를 부르는 장유 주민들의 모습이 동판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우수수’ 비명을 지르는 나뭇가지 소리가 흡사 백성들이 외치는 만세소리로 들렸다.

기념탑 바로 아래는 아침만 되면 남녀 노소 시민이 모여 경쾌한 선율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시민공원이 있다. 시민이 즐겨 찾는다니 영령을 모신 탑이 덜 외로워 보였다.

기념탑 앞에 묵념을 한 뒤 오솔길을 따라가니 사방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청천에 울려퍼지는 철새 노래

   
김해시 장유1동 용두산에 위치한 김해 장유 3·1운동 기념탑.
산을 내려오고 마을을 지나자 작은 냇물을 건너는 다리형태의 구조물이 나온다. 대청천을 따라 상류로 향하니 저만 치에서 철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탐방객을 격하게 환영하는 듯 했다.

어둠이 몰려 오는 이 곳은 겨울만 되면 철새들의 월동지로 변한다. 하천 주변에는 둘레길이 빨랫줄처럼 연결돼 있어 사시 사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건강족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천 맞은편에는 30층 높이의 아파트 신축이 한창이다. 타워크레인이 아파트 머리 위로 불쑥 솟아있고, 작업인부를 실은 가설 크레인이 아파트 등짝을 힘겹게 오르느라 지쳐 보인다. 이 곳은 무계 도시개발사업지구로 곧 장유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역동적인 힘을 가진 장유 신도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이어 징검다리를 건너 옛 시가지에 접어든다. 전통이 있는 지역인 만큼 걸거리에는 수제떡갈비, 뒷고기, 단팥죽 등을 메뉴로 하는 맛집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발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무렵 저 멀리 장유전통시장이라는 간판이 불을 밝힌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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