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사업주 처벌 낮은 수준”
- 특조위 “기업에도 책임 지워야”
10일은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의 사망 1주기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기는 일명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김 씨의 죽음 이후에도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국무총리 소속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고는 하청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몬 원·하청 구조가 문제다. 발전 공기업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한 김 씨(당시 24세)는 지난해 12월 10일 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점검작업을 하다가 벨트와 롤러에 몸이 끼여 숨졌다.
원·하청 구조는 기업이 공정의 일부를 외주화(아웃소싱)하면서 만들어진다. 외주화한 공정은 원청 기업과 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맡게 된다. 김 씨처럼 소속은 하청인데 원청 사업장에 파견돼 일하는 노동자를 사내 하청 노동자라고 한다. 원청은 외주화를 통해 직접고용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한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하청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숙련도가 낮은 청년을 주로 고용하고 위험 작업은 2인 1조 근무가 원칙인데도 김 씨는 사고 당시 혼자였다. 또 만성적인 인력 부족 탓에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를 낳는 핵심 원인이다.
하청 노동자가 위험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국내 산업 현장에서 산재로 숨진 하청 노동자는 312명으로, 전체 산재 사망자(804명)의 38.8%에 달했다. 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부산 동구 북항재개발지구 내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 현장에서 이동식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이동식 크레인 보조기사 A(31) 씨가 숨졌다. A 씨 역시 하청 노동자였다. 전문가들은 과거 효율성 제고를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양산한 원·하청 구조의 해소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안했다. 특조위는 장기적으로는 외주화로 분할된 발전 산업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재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자 안전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28년 만에 전면 개정돼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며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법은 위험 작업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받는다.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데 개정법의 처벌 수위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노동계는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징역 1년 이상’과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하한형을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개정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산재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권고했다. 또 특조위는 중대 산재를 초래한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제도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