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고액·불법 사교육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교육부와 함께 고액 입시컨설팅 학원 잡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제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단속에 나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시교육청은 26일 교육부와 함께 고액 입시컨설팅 학원 단속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교육부가 교육정책이 변화하는 시기,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사교육 시장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관계 부처와 협력해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처다. 

교육부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를 입시학원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했는데, 우선 고액 교습비를 받는 입시컨설팅 학원부터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집계를 보면 부산에서 운영 중인 입시컨설팅 학원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24곳이다. 이 중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구 학원 수준의 교습비를 받는 곳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산 해운대구에 분당 교습비가 5000원인 입시컨설팅 학원이 3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습비가 서울 강남 입시컨설팅 학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려면 정해진 교습비, 강사 명단 등을 교육감에 제출하고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한 시간으로 치면 교습비가 30만 원인 이들 입시컨설팅 학원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단속을 한다고 교습비를 낮추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관련법에 따라 교육지원청은 ‘교육비 등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를 거쳐 교습비 분당 단가 기준을 정할 수 있는데, 부산 5개 교육지원청 중 어느 곳도 이 기준을 정해두지 않았다. 올 초 고액 입시컨설팅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화제가 되자 교육부가 지난 3월 교습비 분당 단가 조정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

단속 결과 교습비가 과도하다면 교육감은 학원으로부터 교습비가 적정한지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받아 해당 교육지원청 심의를 거친 뒤 교습비를 조정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교습비를 내리게 하기는 어렵다. 뒤늦게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이미 교습비를 그 이상으로 등록한 학원에 소급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단속은 신고한 금액 이상으로 교습비를 받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보여주기’식 단속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습비를 분당 5000원으로 신고한 학원이 모두 올해 등록돼 그 이전까진 고액 학원이 존재하지 않아 교습비 조정위원회를 소집할 사유가 없었다. 각 교육지원청이 내달 초까지는 교습비 분당 단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